에어비앤비 이후, 나의 삶과 소비습관 변화

페라리보다 건물이 섹시해 보이기 시작했다

by 연승

20대의 나는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조금 더 속물적이었다. 서점에 가면 재테크 코너보다 자동차 잡지 코너에 먼저 눈이 갔다. 내 드림카는 ‘페라리’였다. 낮게 깔린 차체, 심장을 울리는 배기음, 그리고 그 차에서 내릴 때 쏟아질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이미지였다.


투병 생활을 마치고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상심리처럼 성공을 갈망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비싼 시계를 차고, 명품 옷을 입고, 슈퍼카를 타는 것. 그것이 내가 죽음을 이겨내고 얻은 ‘두 번째 삶 ’에 대한 합당한 전리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고, 공간을 통해 돈을 벌어보며 내 욕망의 지도는 완전히 다시 그려졌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페라리를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허름한 건물의 매매가를 검색하고, 낡은 상가 건물의 공실률을 계산한다.


친구들은 묻는다. “돈도 좀 벌었으면서 왜 좋은 차 안 사?”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속으로 대답한다.‘페라리는 기름을 먹지만, 저 낡은 건물은 돈을 뱉어내거든.’


도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에게 도시는 화려한 소비의 무대였다. 강남대로를 걸으면 멋진 옷을 입은 사람들과 화려한 네온사인만 보였다. “저 식당 맛있겠다”, “저 옷 예쁘네”가 내가 하는 생각의 전부였다. 나는 철저한 ‘소비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호스트가 되고 난 후, 도시는 거대한 ‘현금 흐름의 지도’로 바뀌었다. 길을 걷다 고개를 들어 건물들을 본다. 예전엔 그저 풍경이었던 창문들이 이제는 하나하나의 객실로 보인다. 저 오피스텔 창문 하나가 월 100만 원짜리 월세겠구나. 저 2층의 빈 상가를 에어비앤비로 개조하면 숙박비로 하루 15만 원은 받을 텐데.


친구가 맛집이라며 데려간 식당에서도 나는 메뉴판보다 테이블 회전율을 먼저 계산하고 있었다.‘테이블이 10개, 객단가가 3만 원, 점심 저녁 회전율이 3 바퀴면... 하루 매출이 얼마겠구나.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사장님은 월 얼마를 가져가겠네.’


머릿속에 24시간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율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세상 모든 공간과 시스템이 돈으로 환산되어 보이기 시작하자, 내가 어디에 돈을 써야 하고 어디서 돈을 아껴야 할지가 명확해졌다.


소비자의 눈으로 볼 때 세상은 ‘돈을 쓰게 만드는 유혹’ 투성이었지만, 생산자의 눈으로 보니 세상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투성이었다. 에어비앤비라는 작은 방 한 칸의 실험실 이 나를 소비의 노예에서 생산의 주체로 해방시킨 것이다.


소비의 기준이 바뀌다 : 감가상각 vs 현금흐름


경제학 용어 중에 감가상각(Depreci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페라리는 대표적인 감가상각 자산이다. 매장에서 출고되는 순간부터 가격은 떨어진다. 보험료, 기름값, 수리비 등 유지비는 내 지갑에서 돈을 끊임없이 빼내 간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대로 그것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였다.


반면, 내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현금 흐름(Cash Flow)’자산이다. 초기에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했지만, 그 돈은 매달 400~500만 원의 수익으로 되돌아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뷰가 쌓이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며, 심지어 나중에 권리금을 받고 팔 수도 있다.


이 차이를 뼈저리게 깨닫고 나니, 소비 습관이 무서울 정도로 변했다. 백화점에서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볼 때, 예전의 나는 “할부로 지를까?”를 고민했다. 실제로 구매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300만 원이면 에어비앤비 숙소 하나를 더 세팅할 때 보증금의 일부로 쓸 수 있는데. 300만 원이면 우리 숙소 침대와 가구를 싹 바꾸고, 객단가를 2만 원 더 올릴 수 있는데.


단순한 절약이 아니었다. ‘기회비용’에 대한 철저한 계산이었다. 오늘의 300만 원을 소비재에 쓰면 0원이 되지만, 자산에 투자하면 매달 30만 원을 벌어다 주는 돈 나무가 된다. 나는 돈 나무를 베어 먹는 대신, 돈 나무를 심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나에게 사치란 명품을 두르는 것이 아니다. 내 자산이 벌어다 준 돈으로, 또 다른 자산을 사는 것. 그래서 내가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누리는 최고의 사치이자 플렉스가 되었다.


무인 세탁소를 인수하다 : 수평적 확장의 시작


현금 흐름에 대한 집착은 나를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으로 이끌었다. 바로 ‘셀프 빨래방’이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골칫덩이는 단연 빨래였다. 침구류는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가정용 세탁기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3시간 동안 나는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 했다. 결국 동네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매달 빨래방에 갖다 바치는 돈만 30~40만 원에 육박했다.


어느 날 빨래방에서 멍하니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며 문득 생각이 스쳤다. ‘내가 왜 매달 이 돈을 남에게 주고 있지? 차라리 내가 빨래방을 차리면 어떨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비용 절감으로 내 숙소에서 나오는 빨래 비용 4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이것만 해도 연 480만 원 수익 효과다.)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빨래 수익은 덤으로 들어온다. 무인 시스템으로 에어비앤비처럼 내가 매달려 있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돈을 번다. 향후 숙소를 더 늘리더라도 세탁 걱정이 없다.


이것은 완벽한 수직 계열화 모델이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처럼, 나도 숙박업과 세탁업을 연결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나는 즉시 매물을 찾아다녔다. 마침 인근에 권리금이 저렴하게 나온 빨래방을 발견했다. 권리금 협상을 하고, 낡은 기계를 정비하고, 에어비앤비에서 배운 ‘공간 브랜딩’ 노하우를 접목해 쾌적한 대기 공간을 만들었다.


인수 첫 달, 결과는 놀라웠다. 내 숙소의 빨래를 원가(전기세, 물세)만으로 해결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동네 주민들의 이용이 늘면서 빨래방 자체에서도 월 1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이 발생했다. 숙소 수익에 빨래방 수익이 더해지니 현금 흐름의 파이프라인이 두 줄기로 굵어졌다.


무엇보다 기쁜 건, 내가 자는 동안에도 에어비앤비 게스트는 잠을 자며 돈을 지불하고, 빨래방 세탁기는 돌아가며 동전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아팠던 그 병원 침대 위에서 그토록 꿈꾸던 삶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시스템. 나는 비로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출발점에서 한 발짝 넘어선 느낌을 받았다.


부자의 기준이 바뀌다 : 자산이 벌어주는 시간


페라리를 꿈꾸던 시절, 내가 생각한 부자는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정의하는 부자는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연봉 1억을 받는 대기업 직장인이라 해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지옥철을 타고 출근해야 한다면, 상사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구걸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소득 월급쟁이일 뿐이다.


하지만 월 500만 원을 벌더라도, 그 돈이 내 노동이 아닌 ‘내 자산(시스템)’에서 나온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나는 아침에 눈 뜨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다. 평일 낮에 텅 빈 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아플 때 곁을 지킬 수 있다. 투병 생활 중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의 유한성’. 그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내 통제하에 두는 것. 이것이야말로 돈이 주는 가장 큰 가치임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건물을 본다. 건물을 소유한다는 건 단순히 임대료를 받는다는 의미를 넘어, 내 시간을 타인에게 저당 잡히지 않을 권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나에게 순간의 쾌락과 타인의 질투를 주겠지만, 건물(자산)은 나에게 영원한 자유와 가족의 평화를 준다. 이 거대한 가치의 차이를 알게 된 이상, 다시 예전의 소비 습관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비즈니스의 끝은 결국 부동산이란 이야기가 있다.


돌이켜보면, 페라리를 원했던 건 내 마음이 가난했기 때문이었다. 내면이 텅 비어 있었기에 비싼 물건으로 껍데기를 포장해 내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 이렇게 잘살아, 나 무시하지 마”라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던 열등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와 빨래방을 운영하며, 내 힘으로 0에서 1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채워졌다. 게스트들의 감사 인사, 쌓여가는 통장 잔고,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명품 로고가 없는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나를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짜 부자는 티를 내지 않아도 여유가 흘러나온다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에어비앤비 방 한 칸에서 시작해 빨래방으로, 그리고 이제는 꼬마 빌딩을 매입해 그 건물 전체를 나만의 브랜드로 채우는 꿈을 꾼다. 1층에는 카페와 빨래방을, 2층부터는 공유 오피스와 에어비앤비를 넣어, 건물의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 비즈니스의 결정체’를 만들고 싶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너무 돈, 돈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쫓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권’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초심, 그리고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바람. 이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페라리를 검색하는 대신 비즈니스 앱을 켠다.


소비는 순간의 기쁨을 주지만, 투자는 평생의 자유를 준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사고 있는가? 사라질 물건인가, 아니면 당신을 지켜줄 미래인가? 나의 에어비앤비는 나에게 그것을 묻고, 또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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