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소작농인가, 비즈니스 파트너인가?
사업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수수료가 많이 나가지 않나요?”였다. 내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비싸지만, 업계 1위 플랫폼 안에서 노출되는 걸 생각하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과거에 내가 서울역 또는 홍대입구 근처에서 숙박업을 하려면, 여행사에 커미션을 주거나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잡지 또는 신문에 실어야 했다. 어쩌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려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 몇 장과 스마트폰 하나면 뉴욕에 사는 제임스에게, 도쿄에 사는 유키에게 내 방을 세일즈 할 수 있다. 큰 자본이 없어도 아이디어와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세상. 이것은 분명 혁명이었다. 나 역시 그 혁명의 수혜자로서 사업을 시작했고, 경제적 자유의 맛을 보았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어두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플랫폼이 만든 이 달콤한 기회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명확하게 있다. 구조적으로 나는 그들의 디지털 소작농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호스트들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리뷰 테러를 당했을 때와 노출수가 급감할 때다. 리뷰 테러는 어쩔 수 없지만 노출수가 떨어지는 건 눈뜨고 코베이는 느낌이다. 지난주만 해도 1,000회 넘는 조회수가 갑자기 이번 주엔 100명도 보지 않는 유령 숙소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호스트는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고 기다린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지”, “정치 리스크가 커서 그렇지” 등 상황이 회복되길 기다린다. 그런데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이 숙소는 이제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뒤로 유배 보냈다면 상황을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슈퍼호스트가 되었다가 실수로 한 번 강등되었을 때, 나는 이 알고리즘의 냉혹함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내가 아무리 방을 쓸고 닦고, 웰컴 키트를 준비해도, 플랫폼이 손님을 보내주지 않으면 내 노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업 초반 플랫폼이 제공하는 ‘신규호스트 버프(초기 노출 혜택)에 취해, 그것이 온전히 내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버프가 꺼지는 순간 진짜 현실을 마주한다.
플랫폼의 수익 모델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누구 편인지 명확해진다. 그들에게 수수료를 내는 주체는 호스트지만, 그 돈의 원천은 '게스트'다. 즉, 플랫폼 입장에서 게스트는 떠받들어야 할 '고객'이고, 호스트는 대체 가능한 '공급자'일 뿐이다. 이 불균형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악성 리뷰를 지워달라고 사정해도 "정책상 어렵다"는 매크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냄새가 난다는 허위 리뷰 하나에 매출이 반토막 나도, 호스트는 그저 억울함을 삼키며 다음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플랫폼을 떠나야 할까? 아니다. 함정이 있다고 해서 기회를 발로 차버릴 수는 없다. 핵심은 '의존'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이다.
첫째, '멀티 호밍(Multi-homing)' 전략이 필수다. 에어비앤비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킹닷컴, 아고다, 위홈, 삼삼엠투 등 다양한 플랫폼에 내 숙소를 등록해야 한다. 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나를 외면해도, 다른 플랫폼에서 예약이 들어오게 만들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 이것이 주식 투자의 분산 투자와 같은 '숙소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그리고 하나의 숙소를 운영하기보단, 여러 숙소를 운영하는 게 도움이 된다.
둘째, 플랫폼 밖의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숙소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이야기를 기록한다. 플랫폼 안에서는 가격과 위치로 비교당하지만, 플랫폼 밖에서는 '나만의 브랜드'와 '스토리'로 어필할 수 있다.
게스트가 우리 숙소를 기억할 때 에어비앤비에서 잤던 그곳이 아니라, [숙소 이름]에서 보냈던 시간으로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 때, 플랫폼 검색창이 아닌 내 인스타그램 DM으로 다시 가고 싶어요라고 연락해 온다.
플랫폼은 훌륭한 '도구'다. 전 세계 손님을 내 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고마운 셔틀버스다. 하지만 그 버스가 언제 멈출지, 노선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나만의 지도를 그리고, 내 두 다리로 걷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회는 플랫폼이 주지만, 생존은 오직 호스트의 경영 능력과 브랜딩에 달려 있다. 우리는 디지털 소작농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공유경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