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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yper Oct 12. 2023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하마스는 왜?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 이 전쟁은 매일같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언론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보도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은 피부로 전달되지만, 정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은 왜 일어났는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무엇인지, 최근 중동지역에의 정세는 어떠한지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간략하게 이번 전쟁의 지역과 주체에 대해 살펴보고,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왜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쟁의 지역과 주체 


 먼저 현재 전쟁의 지역과 주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영토를 나눠 쓰고 있는 실정이다. 지도의 왼쪽 가자지구와 오른쪽 요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가 팔레스타인이 통치하는 지역이며, 그 외 흰색 지역이 이스라엘이 통치하는 지역이다. 팔레스타인에서는 급진파인 하마스와 온건파인 파타당이 양대 정당이다. 2006년 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가 실질적 통치를 하고 있으며, 웨스트뱅크에서는 온건파인 파타당이 통치하고 있다. 


 현재 전쟁이 발발한 지역은 팔레스타인의 왼쪽 자치구역인 가자지구 부근이며, 전쟁의 주체는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면전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을 주요 노선으로 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하면서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림-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를 보여주는 지도. (출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 지도처럼 팔레스타인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외부인이 기독교와 이슬람교 역사로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를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이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을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다수의 언론들이 이번 전쟁의 원인을 두 국가 사이의 오랜 분쟁의 역사, 유대교 기념일과 맞물려 나타난 이스라엘 안보의 구멍,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개인비리와 극우정당과의 밀착관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막고자 하는 하마스의 의도, 그리고 오랫동안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를 가진 이란의 역할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과 함께 최근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정치의 변화라는 구조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이해할 수 있다. 그 구조적 변화의 핵심은 미국의 영향력 감소, 중국의 영향력 증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의 독자노선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하마스는 비록 군사력이 이스라엘에 비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아래 4가지 사항을 가정하고 전쟁을 선택했을 것이다. 


① 중동지역에서 기본적으로 이란은 자기의 편에 설 것이다. 

②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겠지만, 실제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③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은 실제 전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방패막 역할을 해줄 것이다. 

④ 전쟁이 시작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 논의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편에 설 것이다. 


 아래 지도가 중동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가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미국과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나라 크기와 별개로 중동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중동지역에서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중동지역에서 제1의 반미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종교적으로 이슬람교의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할 뿐만 아니라, 이란 또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서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등에게 형님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의 맹주로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세계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시간 미국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미국은 안전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국가이익이 부합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렇게 중동지역은 여러 부침은 있었지만 큰 맥락에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두 축으로 하는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림-2> 중동지역을 보여주는 구글지도. (출처: google map)


미국의 영향력 감소


 결국 하마스가 위와 같은 가정을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배경은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 감소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게 중동지역은 지정학적으로 핵심 지역이었다. 초기에는 1948년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국한 유대인들의 나라 이스라엘과 세계 최대 석유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축으로 미국은 중동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이후 1979년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팔레비 왕조가 쫓겨나고 이슬람교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이란 혁명이 발발했다. 이는 중동지역에서 반미주의를 기치로 한 중요한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더욱 중동에 관심을 가지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1990년 걸프전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영국·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을 이끌고 걸프전에 참전하였다. 이는 중동지역이 미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북한 등과 함께 이라크를 ‘악의 축’ 국가로 지정하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제조를 명목으로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이 초기 예상했던 바와 달리 전쟁은 길어지고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전쟁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결국 상처뿐인 승리를 안고 7년 후인 2010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2011년 12월 종전을 선언했다. 이 시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알려진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이미 미국이 재정적으로 전쟁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의 모든 여력을 국내 경제재건에 쏟아야 했으며, 더 이상 이전과 같이 세계 전역을 관할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날로 커져가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가 되며, 오바마 행정부는 가급적 중동지역에서 손을 떼고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중국의 영향력 증대


 두 번째 배경은 미국과 달리 2010년대 이후로 중동 내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의 확대와 중국의 실크로드 정책인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정책이다. 먼저, 상하이협력기구는 지난 2001년 중국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으로 시작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기구의 규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신규 회원국이 되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몽골 등 4개국은 준회원국(Observer States)으로,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터키 등 5개국은 대화파트너(Dialogue Partners) 자격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의 서쪽으로 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더니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중동의 가장 중요한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까지 각각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다. 이 정책은 중국의 자본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 때문에 태평양으로의 진출이 막히자 미국을 피해 서쪽으로는 육상, 남쪽으로는 해상을 연결해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입장에서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동과의 관계 진전이 매우 중요하다. 해상 실크로드의 주된 지역이 되는 아프리카의 경우, 중국이 오랫동안 아프리카 지역에 원조를 하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왔다. 그러나 중동은 오랜 기간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은 물밑외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공을 들여왔으며, 그 결과가 바로 지난 4월 중국에서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정상화에 합의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격변이다. 


<그림-3>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보여주는 지도 (출처: 서울신문)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노선


 세 번째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의 독자노선화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영향력 증대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과거와 달리 외교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과거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담보로 단순히 석유 수출에만 집중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2017년부터 사우디의 권력을 장악한 빈 살만 왕세자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내부적으로는 여성의 인권신장 등과 같은 유화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인기를 얻고자 하며, 외부적으로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 국가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뉴캐슬유나이티드와 같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인수하는 것이 그 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리미어리그 대표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호날두, 네이마르 등과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도 자국리그로 쓸어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적으로 가지고 있던 부정적 평판들을 세탁하려는 ‘스포츠 워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1> 소위 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왼쪽)가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 모디 총리(오른쪽)의 환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빈 살만 왕세자에게 2018년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사건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에 치명적이었다. 이 사건은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카슈끄지(Jamal Khashoggi)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되었는데, 미국 정부가 이 배후에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결론을 공표하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악화된 사건이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의 외교마찰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독자노선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해군 특수전 합동훈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 훈련이 해상 대테러 작전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합동훈련을 한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 중국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정상화 모두 이러한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미국도 어떻게든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중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에서 미국에게 요구하는 조건이 ‘핵무기 지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하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보다는 팔레스타인 편에 설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전쟁은 오랜 종교적, 정치적 관계가 얽히고설켜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하마스가 전쟁을 선택한 배경에는 최근 중동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정치의 변화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쟁의 발발과는 별개로 그 구조적 변화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는 사우디의 외교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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