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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사 Feb 02. 2023

창업(노)자 1

도덕경을 읽으면서 하는 생각

기업가는 가깝던 멀던 미래를 예측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그 방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요즘은 노자를 계속 보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며칠간 생각나는 걸 적어보려고 한다.


1. 기준이 세워지면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 기준은 극단을 낳고, 극단은 갈등을 낳는다. 

- 인스타 팔로워 수라는 기준이 새로 등장했다. 극단은 인플루언서라는 뭔지 몰라도 '영향력'을 끼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 탄생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오프라인형 인간으로 나뉘었다. 권력은 팔로워 수가 많은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직은 시장이 성장단계이지만 곧 갈등이 생길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이 오프라인으로 전이되고, 이는 심각한 권위의 차이를 낳게 되었다. 

- 이상적인 결혼의 기준이 등장했다. 수도권 아파트와 차, 남들 하는 만큼의 결혼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외모와 경제 수준, 상위 20%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업이 필수다. 세상에는 이런 기준을 맞추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게 정상이지만,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이 조건을 얼추 맞추기는 한다. 그래서 반대로 이 기준을 못 넘으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저출생 문제뿐 아니라,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혼인 자체가 갈등의 도마 위에 올라섰다. 

- 연령별 기준이 명확해진다. 라이프사이클에서 해야 할 체크리스트가 생겼다. 유치원은 어디를 보내는지부터, 대학의 전공과 직업, 축적된 자산의 정도를 서로 비교하고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한 순간에 패배자가 된다. 

- 기준은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나를 사랑함으로 나오는 기준을 만들어야만 갈등이 없다. 하지만 너무 힘든 일이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것들이 '기준'의 연속이다. 부동산 뉴스, 부모님의 걱정, 친구들의 연봉이 모두 기준이 된다.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나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2. 대자는 소자에 의해 무너진다.

- 왕과 군주를 부유해진 농민이 내려 앉혔다. 근대에는 정치가와 법률가들이 그 권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에는 언론과 상인들이 차지했다. 다음 권위를 누릴 '소자'는 누구 일까? 아마도 기술자들이 아닐까 싶다. 이미 기술자와 아닌 사람들은 언어부터가 달라지고 있다. 사->농->상->공 순이다.

- 대기업은 영원하지 않다. 커지면 소자에게 무너지고, 그 소자는 다시 대자가 된다. 무너뜨릴 소자로 시작해서 무너질 대자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자연의 순리에 의해서 반복될 뿐이다. 

- 대자를 무너뜨리려면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덜어져'있는 상태, 부족한 상태를 유지함으로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속도를 유지하고 효율을 100% 내어야 한다. 요즘 업계에서 구조조정이 많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쓰임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누구 한 명 쓰임이 없지 않도록 덜어내는 것이 소자의 필승법이다.


3. 인간의 위치는 날로 높아진다.

- 신에서 인간으로 생각의 주체가 넘어온 지 꽤 되었다. 인간이 본인을 더욱 아끼게 되는 방향으로 역사는 흘러간다. 

- 루틴과 건강을 챙기는 '갓생', 휴가마다 해외여행,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 대한 최고의 교육 등 이제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변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라도 더 개인의 삶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 노화와 죽음을 더욱 끔찍이 여기게 되어 지금은 마치 과학기술로 곧 영생을 할 것처럼 군다.

- 개인 건강, 교육, 취미의 분야는 의식주만큼 커지는 방향으로 간다. 사실 지금도 의식주보다 여기에 돈을 더 쓰는 사람이 많다.


4. 아무것도 안 하는 리더가 최고다. 

- 도덕경에서는 리더십을 엄청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리더 > 능력 있어서 존경을 받는 리더 > 두려워하는 리더 > 무시받는 리더라고 본다.

나는 2번째 '지장'이 내 포지션이고 꽤나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 우리 대표님을 존경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1번 유형의 리더라서 일이 결국엔 잘 풀리는구나 나는걸 깨닫고 심각하게 놀라웠다. 

- 생각해 보니 대표들이 나서는 조직치고 매우 크게 성공한 조직을 본 적이 없구나.. 싶었다. 

예를 들면 대우, 소프트뱅크, 애플을 보면 정말 존경받는 리더이지만 어떤 위기가 왔을 때 역시 스스로가 리스크가 되어 큰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팀 쿡이 애플을 경영하고 이뤄낸 업적을 보자. 


5. 열심히 뭘 하려고 하지 말자. 그럼 그르칠 일도 없다.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아서 그르치지 않는다라는 것이 어찌 보면 열심히 해야만 인정받는 우리 사회에는 통용되기 어려운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뭔가 막 열심히 추진하는 것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우연히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조직원들이 스며드는 일이 더 잘된다. 쉽게 쉽게 만드는 게 대형 프로젝트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결과도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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