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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사 Dec 17. 2022

SaaS에 우리 회사를 맞춰라

우리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찾지 말고

바야흐로 SaaS의 세상이 왔습니다.

특히나 요즘에는 국내의 여러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SaaS 사업에 뛰어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기존의 솔루션을 만들고, 커스터마이징 해서 제공하는 [SI + 솔루션회사]에서 완전히 사용료 기반의 [SaaS회사]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도입하기까지의 시행착오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초기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 때문에 SaaS를 아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SaaS를 완전히 적용하기까지는 아래와 같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 도입 검토 단계 : 어떤 서비스가 우리에게 적합한지 알기가 힘듭니다. 해당 서비스의 설명은 삐까뻔쩍하고 애매모호한 말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크린샷을 봐도 다 비슷해 보입니다. 우리보다 크고 좋고 일 잘하기로 유명한 회사들도 쓰고 있다고 하니 한 번 믿어보고 사용신청을 합니다.


- 초기 도입 단계 : 용기 내어서 도입해보고 조직의 일부만 사용해봅니다. 이 정도면 꽤 쓸만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조금 사용해본 단계 : 막상 도입해서 사용하다 보면 현재 회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요구사항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못 쓸 정도냐? 그 정도는 아닙니다. 만약 못 쓸 정도라면 다시 엑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것 보단 나은 것 같습니다.


- 조직에 전파해서 적용시키는 단계 : 조직이 클수록, 업력이 오래되었을수록 실제로 잘 사용해주지 않습니다. 조직 장부터 탑-다운으로 쓰라고 압박을 넣어야 그때 사용합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예전에 비해 나아졌나에 대한 대답이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이전 업무 프로세스가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 한참을 사용하다가 비용을 본 단계 : 잘 적용해서 사용하다 보니 비용에 대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초기 할인, 프로모션이 끝나고 규모가 커지다 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나가지만 이제는 무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와 같이 사용하는 솔루션들이 하나하나 늘어나다 보니 어느덧 SaaS로 줄어드는 인건비와 SaaS사용료가 비등비등해지는 수준까지 오기도 합니다. 사실 그걸 측정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SaaS를 성공적으로 도입해도 후회하는 이유

저는 SaaS회사 치고, 칭찬만 받는 서비스를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욕을 먹죠.

특히 ‘이 기능은 우리랑 맞지 않아, 왜 이렇게 만든 거지?’, ‘아 쓰기 되게 불편하네’와 같은 기본 사용성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모든 SaaS는 80점 짜리라는 것에 있습니다. 또, 일부러 그렇게 만듭니다.

특정 회사에 아주 핏 하게 잘 맞는 서비스는 모든 회사에서 100점이 아니기 때문에

꽤나 여유롭고, 수용 가능한 80점짜리를 목표로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회사에 도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회사마다 외주비를 들여 솔루션을 만드는 것 역시 100점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 개발 프로세스 상에서 요구사항이 잘못 전달된 부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직접 개발하지 않는 이상 100점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SaaS회사만 욕해서 될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 회사를 SaaS에 끼워 맞추자 : 잘 쓰는 게 장땡

그래서 요즘 회사들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SaaS를 써야 한다면 서비스가 우리에 맞게 되어 있는 것을 찾는 게 아니라 SaaS에 우리 회사를 끼워 맞추는 인식이 점점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SaaS는 우리 회사 하나만으로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꿔달라고 하면 다른 회사는 또 유지해달라고 하니까요.

 

특히나 우리 회사의 프로세스보다 나름의 연구를 거쳐 만든 글로벌 표준의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맞는 최적의 프로세스는 아닐 수 있어도, 적어도 딴 길로 새지 않는 보편적으로 좋은 프로세스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순전히 기능보다 프로세스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SaaS회사들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면 인사 평가시스템을 제공하는 [레몬 베이스]는 기업에서 1:1 미팅을 간과한다는 점을 캐치하여 얼마나 1:1 미팅이 중요한지를 역설하며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시스템에서는 특별하게 제공되는 기능보다는 다른 툴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죠. 판매 소구점이 기능보다는 업무 프로세스가 우선이 된 경우입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컨설팅의 역할까지 대신하게 되는 것이죠.

자체 구축보다 SaaS를 선호하는 데에는 단연 비용적인 이득이 큽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오로지 회사의 코어 가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SaaS를 도입할 때에는, 우리 회사에 맞는지 보다는, 우리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면 끼워 맞출 각오로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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