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cademic English

라이킷 17 댓글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크리스안 Jul 02. 2023

영어 점수와 영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 3가지

토익, 토플, 아이엘츠 만점을 받아도 외국인과 대화가 어려운 이유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기준은 오랫동안 영어 인증 시험 점수였다. 수능 영어, 토익, 토스, 오픽, 텝스, 지텔프, 토플, 아이엘츠 등의 각종 영어 인증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으면 자동으로 우수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를 통해 부여받은 가산점은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 입학에, 대학원 장학금 선발에, 심지어 취업과 승진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모두가 토익 만점을 위해 밤새도록 공부한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능 영어 만점인데 영어 에세이는 못 쓰겠어요.", "토익 만점인데 외국인과 프리토킹은 어려워요.", "토플 만점인데 영어로 말하는 원어민 수업은 어려워요." 영어 인증 시험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영어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럼, 영어 자격시험 만점을 받기 위해서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영어 공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What was all that English I've been studying?

국내 어느 한 기업의 의뢰로 개발자 면접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그 기업은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수한 프로그래밍 능력뿐만 아니라 탁월한 영어 실력도 중요한 채용 기준이었다. 전체 채용 프로세스 중에서 나는 서류 평가와 기술 면접을 마친 후보자들과 함께 영어 면접을 진행했다. 훌륭한 스펙을 자랑하는 후보자 A, 다양한 경험을 자랑하는 후보자 B, 조금은 부족하지만 열정만큼은 훌륭한 후보자 C까지 모두 차례대로 영어 면접을 진행했다.

후보자 A는 토익, 오픽, 토스 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업무에 대한 간단한 기술적인 이론을 영어로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진땀을 흘렸다. 반면에, 토익 점수는 750점이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후보자 B는 같은 요청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기술적인 이론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후보자 C는 아쉽게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결국, 기업 내의 채용 팀은 후보자 B를 채용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명확했다. 기술적인 역량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쉽게 늘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미 어느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 B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렇듯 더 이상 영어 인증 시험 점수는 영어를 잘하는 기준이 아니다. 이제는 많은 기업들에서 보여주기식의 영어 시험 점수가 아니라 실제로 활용 가능한 영어 실력을 원하는 것이다.

Have real skills, not show-off skills.

영어 점수와 영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 3가지

1. 영어 공부 목적이 다르다.

Have different purposes for learning English.

영어 점수가 높지만 영어 실력이 낮거나, 영어 점수가 낮지만 영어 실력이 높은 이유는 바로 영어 공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일반계 고등학교 공교육을 받았다면 영어 공부의 가장 첫 번째 목적은 수능 외국어 영역을 위한 시험 영어이다. 반면에, 영어권 나라에서 태어났거나 영어권 나라에서 어렸을 때 살았던 경험이 있다면 영어 공부의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일반 영어이다.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외국어 영역 1등급이 필요했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토익 900점 이상, 토익 스피킹 레벨 7 이상, 오픽 IH 이상이 필요했고, 해외 대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토플 100점 이상, 아이엘츠 8점 이상, GRE와 GMAT에서는 최대한 높은 점수가 필요했다. 반면에, 해외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할 때,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해외 대학/대학원을 다닐 때, 해외 취업을 할 때는 외국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물론, 시험 영어이든 일반 영어이든 궁극적인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과 부족한 경험 때문에 어떤 이는 시험 영어에만 목숨을 걸고, 또 다른 이는 일반 영어에만 목숨을 건다. 따라서, 영어 시험 점수는 높은데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는 잘하는데 영어 시험 점수가 낮은 경우도 발생한다.

2. 문제 풀이에만 집중한다.

Only focus on solving the problem.

영어 점수가 높아도 영어 한 문장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쓰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영어가 아닌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영어 시험에 등장하는 문제들을 제한 시간 동안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영어로 듣는 방법, 쓰는 방법, 말하는 방법을 놓치는 것이다. 만약, 훌륭한 영어 실력이 아닌 지금 당장 1점 더 높은 영어 점수가 필요하다면 영어 시험 문제 하나를 더 맞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이후에 깊이 깨달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가 있었다. 혼자서 영어 문법 문제를 끙끙거리면서 풀고 있을 때면 언제나 내 옆으로 다가와서 "이게 정답이잖아!"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승부욕이 강했던 어린 나는 그에게 따지듯이 "왜 이게 정답인데?"라고 물었다. 그러면 그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원래 이렇게 쓰는데.."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는 언제나 빈칸 앞뒤의 문장의 품사를 확인하고, 문장의 주어와 동사를 확인하고, 문장은 몇 형식인지를 확인하라는 영어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과는 다르게 그 친구의 대답은 놀라울 만큼 간단명료했다.

이후, 다양한 영어 인증 시험을 공부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미국 대학원을 다니고, 해외 취업을 경험하면서 마침내 그때 그 친구의 대답이 천천히 이해되었다. 더 이상 옳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실제로 영어를 사용해 보면서 마침내 "원래 그렇게 쓰는데.."라는 대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내게 "목적어 뒤에 왜 을/를을 붙여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아마도 "원래 그렇게 쓰는데.."라고 그 친구와 똑같이 대답해 주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어 조사의 정의를 시작으로 각 잡고 한국어 강의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과연 이것이 외국인 친구의 한국어 실력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3. 원하는 점수를 받은 이후에 계획이 없다.

No plan after achieving the score you want.

영어 시험 점수가 높지만 자신의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는 이유는 바로 목표한 영어 시험 점수를 받은 이후에 영어 공부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시험 영어와 일반 영어가 관계없다고 스스로 단정 짓고, 그동안의 시험 영어 공부가 힘들었기에 잠시 휴가를 떠난 것이다. 또는, 시험 영어와 일반 영어의 관계를 모른 체 그저 기약 없는 휴가를 일찌감치 먼저 떠난 것이다.

영어 인증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고 이후에도 영어를 공부하는지, 공부하지 않는지에 따라서 영어 실력이 달라진다. 물론, 목표 점수를 달성한 성취감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에 보상으로 잠시 영어를 쉬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휴식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시 영어로 돌아오기가 힘들고, 이는 곧 그동안 열심히 갈고닦았던 날카로웠던 영어 실력을 결국 무뎌지게 만든다.

물론,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높은 점수의 영어 시험 성적표라면 잠깐 동안 온 힘을 쏟아부어 영어 시험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궁극적인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영어 인증 시험은 그저 기나긴 영어 공부 여정의 체크 리스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훌륭한 영어 실력은 영어 인증 시험 만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즐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How can I improve my English score and my English skills at the same time?

영어 점수와 영어 실력을 함께 늘릴 수 있는 방법 3가지

1. 서로 다른 영어 공부의 목적을 이해하고 함께 활용하자.

Understand the different purposes of studying English and use them together.

시험 영어의 목적은 영어 인증 시험에서의 고득점 달성이고, 일반 영어의 목적은 외국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비록 이들의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영어라는 하나의 커다란 테두리 속에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시험 영어와 일반 영어를 서로 다른 두 영역의 영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로가 겹쳐 있는 영어라고 생각하 훨씬 더 유연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일반영어, 시험영어, 직무영어 벤 다이어그램

"나는 영어 시험 점수컷 넘었으니까..(외국인과 프리토킹은 필요 없지..)", "나는 외국인과 문제없이 대화하니까.. (영어 시험은 필요 없지..)"라는 생각은 결국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결정하고, 자신의 영어 실력의 성장을 막는 핑계일 뿐이다. 따라서, 시험 영어와 일반 영어의 서로 다른 목적을 이해하고 함께 활용하는 연습을 통해서 영어 점수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을 늘려보자.

토익, 토스, 오픽, 텝스, 지텔프, 토플, 아이엘츠 등의 다양한 영어 인증 시험에서 공부한 영어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문법, 단어, 발음 실력을 바탕으로 반드시 실전에서 멋진 영어 실력을 발휘해 보자. 물론, 영어 인증 시험 만점이 훌륭한 영어 실력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연습과 노력 그리고 다양한 실전 연습을 꾸준하게 한다면 시험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일반 영어 실력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 문제 풀이와 실전 연습을 함께 집중하자.

Focus on solving the problem and some theories together.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영어가 제2외국어인 대한민국에서 상대적으로 일반 영어 실력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일반 영어는 실전 경험을 통해서 배움이 아니라 익힘으로 형성되는 영어 실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험 영어 실력과 일반 영어 실력을 동시에 늘리기 위해서는 문제 풀이와 더불어 실전 연습에도 집중해야 한다.

시험 영어는 테크니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당 영어 인증 시험의 개요와 구조를 이해하고, 시험 실전 문제들을 통해서 반복 학습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단순히 문제의 정답을 맞히고, 틀린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떠한 이유로 문제를 맞혔는지, 어떠한 이유로 문제를 틀렸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를 이해하면 실전에서도 영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토익 RC 파트 7에는 영어 이메일 지문이 등장한다. 물론, 해당 지문의 문제들을 읽고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영어 이메일 지문을 읽으면서 "누가 누구한테 보낸 이메일인가?", "이메일을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이메일에서 언급한 세부 사항들은 무엇인가?" 등의 내용들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면 실전에서도 자유롭게 영어 이메일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실전 연습을 하지 않으면 토익 만점을 받고 졸업해도 결국 나중에 영어 이메일 작성하기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3. 원하는 점수를 받은 이후의 계획을 만들자.

Make a plan after you achieve your goal.

원하는 영어 인증 시험 점수를 받기까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어렵게 받은 그 훌륭한 영어 시험 점수는 안타깝게도 나의 영어 실력과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목표 영어 시험 점수 달성이 영어 공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해 온 영어 인증 시험에서 목표 점수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닌 탄력 받고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영어 인증 시험은 기나긴 영어 공부 여정의 체크 리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체크 리스트에 체크를 한 후에는 계속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험 영어를 넘어 이제는 일반 영어, 그리고 직무 영어까지 나의 영어 실력의 영역을 더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로 어렵지 않다. 시험 영어를 공부했던 빡센 강도와는 다르게 조금은 힘을 뺀 채로 그저 매일 조금씩만 연습하면 된다. 영어 시험이라는 스프린트를 이제 막 끝냈기 때문에, 이제는 일반 영어라는 마라톤을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시험 영어에서 배우고 연습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더 강하고 힘차게 달릴 수 있다. 물론, 해외여행, 해외 어학연수, 해외 워킹홀리데이, 해외 대학/대학원 진학, 해외 취업, 해외 한 달 살기, 해외 이민 등의 경험을 목표로 설정하면 훨씬 더 즐겁게 영어를 즐길 수 있다.

New plans always get me excited.

아직도 어떤 곳은 영어 공인 시험 점수를 토대로 영어 실력을 판단하고, 새로운 다른 곳은 직접 영어 인터뷰를 통해서 영어 실력을 판단한다. 어느 곳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높은 영어 공인 시험 점수를 보유한 채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아 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에 내 영어 실력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이 쓰리지만 최선이다.

높은 영어 점수를 받았지만 외국인과의 대화가 불편하거나, 외국인과의 대화는 즐겁지만 영어 시험공부가 고통스러워도 아직 영어를 포기하지는 말자! 높은 영어 점수를 받았다는 것과 외국인과의 대화가 즐겁다는 것은 이미 영어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외국인과의 대화가 불편하면 혼자서도 말해보고, 친구랑도 말해보고, 외국인과 더 많이 말해 보면서 꾸준하게 연습해 보자! 영어 시험공부가 고통스럽다면 질문하고, 연습하고, 또 질문해 보자!

지금 당장은 모든 것이 어렵고 불편하고 심지어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꾸준하게 영어를 공부하고 연습하다 보면 결국 나도 모르게 외국인과 즐겁게 대화를 하고, 영어 인증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는 그날이 올 것이다. 아니, 반드시 온다! 이는 나도 직접 경험했고, 나와 함께 공부했던 많은 사람들도 경험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그날을 위해서 오늘도 그냥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