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시즌 2, Begin Again!
Dear, 브런치 구독자님들께
안녕하세요, 브런치 구독자님들! 잘 지내셨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반갑네요!!! 2021년 8월 브런치에 첫 글을 쓸 때는 노트북 반대편의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면서 글을 썼는데, 이제는 언제나 응원해 주시는 구독자님들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네요! 오랫동안 함께 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대한민국 2030 청년들이 해외에 떠나는 이유 3가지" 글을 끝으로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해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메일을 통해서 많은 걱정, 응원, 격려를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별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를 그만두려고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 타이밍을 놓쳐버렸어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그렇게 글감만 생각하고 메모하다가 이렇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네요.
스스로에게 예상치 못한 안식년 아닌 안식년을 선사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짧은 근황과 함께 궁금하지 않으실 수 있는 저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브런치 시즌 2를 진솔하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브런치 시즌 1을 통해 저의 이야기와 영어 이야기를 즐기셨다면, 이번 브런치 시즌 2는 훨씬 더 재미있고 훨씬 더 유익한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 중이니 그 계획도 함께 알아볼게요.
평소에 너무 소홀했던 관계 4가지
The most neglected person, myself
사실, 저는 쉬는 것을 잘 못해요. 언제나 무언가를 갈망하고 성취하기 위해서 목표, 계획 그리고 실행에 집착하는 성향이 너무 강하거든요. 20대 때 이후로 언제나 성공을 위해 옆과 뒤도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면서 달렸기 때문에 이런 성향이 좋은 성향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불쑥 찾아오는 번아웃과 목표 달성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의 부작용은 오히려 저를 더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어요.
주변에서 말하는 높은 연봉과 높은 직위의 성공이 어느 순간부터 눈과 귀에 들어오질 않더라고요. 몸과 마음 심지어 정신까지 탈탈 털려버려서 그런지, 그 찬란했던 20 시절의 불타오르던 열정과 패기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어요. 돈과 명예에 욕심도 없고, 자동차나 옷에는 더욱 관심조차 없는 저는 "이제는 무엇을 위해 앞을 보고 달려갈 것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마주했어요.
그저 집에서 영화/드라마를 보고, 읽고 쓰고,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공원을 달릴 때, 가장 행복한 저는 이제 이런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에 집중할 때, 비로소 제가 온전한 내가 된다는 느낌을 조금은 새삼스럽게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글쓰기를 쉬는 동안 처음으로 영어권 나라가 아닌 일본을 여행했어요.
사실, 그동안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홍콩 등의 영어권 나라를 여행했지만, 사실 여행이 아니라 언제나 공부 또는 일 목적으로 방문했어요. 그래서 이번 일본 여행이 처음으로 비영어권 나라 여행과 온전히 내가 즐기기 위한 여행이라는 개인적으로 커다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보통 공항에 도착하면 빡빡한 일정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익숙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일정이 취소된 듯한 붕 뜬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어색했어요.
이제야 사람들이 일본 여행이 그렇게 "좋고, 재밌다"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많은 곳에서 쉽게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고, 멋있고 맛있는 카페도 많아서 오랜만에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해외라면 이제 질린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찬란했던 20대 시절의 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영어로 소통이 안되어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처럼, 일본어로 소통이 안되어 부끄러움을 느끼고, 짧은 영어 문장을 외워서 음식을 시켰던 것처럼, 짧은 일본어 문장을 외워서 음식을 시키면서 어렸을 때 무지의 부끄러움 보다 이제는 연륜의 호기심을 즐길 수 있었어요.
30년 넘도록 언제나 시험과 마감일에 쫓기는 인생을 살면서 저는 이러한 인생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어렵고 힘들어도 이게 옳은 방향이니까"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텼죠.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삶이 정답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는 정답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을 만들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번아웃도 크게 오고, 목표를 달성하면 공허함과 허탈감 또한 많이 느껴서 여러 번 포기도 했었죠.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
이를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위의 3가지 질문을 하면서 그동안 제일 소홀했던 제 자신을 챙기려고 결심했어요. 각 질문에 답을 하나씩 하나씩 적으면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결국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망이 가슴 한편에서 용암처럼 뜨겁고 천천히 솟아올랐어요. 그렇게 나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지우니 그동안의 걱정과 고민들이 너무 말끔하게 정리되고 삶을 바라보는 초점이 더욱 명확해졌어요. 그 초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분과 자주 공유해 볼게요.
The person who got old in a flash, my parents
30대 중반이 되고 어느 날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나 인자하게 웃어주시던 얼굴에 이제는 주름살이 깊어지고 흰머리가 더 많아졌어요. 비로소 부모님이 늙어가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어요. 슈퍼맨과 슈퍼우먼과 같은 존재로 항상 옆에서 저를 지켜주는 줄로만 굳게 믿고 있었는데, 역시 나이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때부터 집에서 멀리 혼자 통학을 했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미국 대학원, 그리고 오랜 해외 살이 때문에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했어요. 어렸을 때는 그저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하루빨리 성공해서 가족들을 돕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철없던 어린 저의 너무 커다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죠.
이러한 후회와 반성을 하고 용기 내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동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나만 생각했다, 소홀해서 죄송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저 미소를 지으시면서 "괜찮아, 아들. 지금 이렇게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행복해! 우리 아들, 이제 다 큰 어른이네~"라고 차분하게 말했어요. 평소 감정이 메마른 저는 사실 부모님 이야기만 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저를 위해 그동안 부모님의 노력과 고생을 생각하고, 20대 이후에는 그러한 노력과 고생을 직간접으로 경험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자식들을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가끔 생각해요.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했던 세월보다 앞으로의 세월이 더 조금 남았다는 것을. 눈앞이 캄캄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았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더 자주 뵙고 이야기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늙어 가는 시간이 조금은 더디게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시간이란 모두에게 공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은 유연한 감정으로 대처할 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부모님을 모시고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맛있게 드시면서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저의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이 되었어요. 감정 표현에 어색한 저희 가족은 보통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거든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눠 먹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공유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부모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만 보아도 제가 배가 부르더라고요. 지금, 여러분도 부모님이 생각나시면 전화 한 통 해보세요! 저는 그저 "밥은 드셨어요?"라고 한 마디만 해도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더라고요. 퇴근하고 해야지, 주말에 해야지, 다음에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한번 해보세요. 그 짧은 통화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커다란 응원과 행복한 사랑이 될 수 있어요.
The person who has grown up, my brother
여러분은 형제 또는 자매와 친하게 지내세요? 사실, 저도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 어렸을 때는 함께 축구와 농구를 즐기면서 땀도 흘리고, 웃고, 울었어요. 하지만, 제가 대학을 입학하고 학업에 집중하면서 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점점 더 줄었어요. 집에 오면 괜히 피곤하다, 귀찮다는 이유로 잠만 자고 일만 하고 함께 놀자는 동생의 어리광을 모두 무시해 버렸죠. 이렇게 보니 참 나쁜 형이네요. 맞아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혼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질 않나,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다시 미국으로 대학원을 가질 않나, 이후에도 계속 해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질 않나.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착한 제 동생에게 가장 미안한 점이 바로 동생의 20대 시절에 형으로서 옆에 있어주질 못한 것이에요. 저도 저의 20대 시절이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에 누군가가 옆에서 내 이야기만 들어주었다면 정말 큰 힘이 되었을 텐데, 당시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생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부분이 지금도 참 후회되고 반성하고 있어요.
"형, 괜찮아. 다 옛날일인데, 뭐~"라고 언제나 별일 아니듯이 이야기하는 이제는 다 커버린 듬직한 동생을 볼 때마다 저는 말해요. "형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 형이 앞으로 더 잘할게!" 밖이 아닌 안의 사람들에게 가장 잘해야 되는 것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내 안의 사람들을 더 잘 그리고 더 많이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는 함께 크고 함께 늙어가는 동생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대견해요. 그러니 동생을 위해 제가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The person who is closest to me, but also farthest away, my girlfriend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시대를 넘어 이제는 집, 경력, 인간관계, 희망, 건강, 외모 등도 포기하는 N포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연애는 안녕하세요? 물론, 각자만의 사정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이 없는 것이 바로 연애이죠. 저 또한 연애라는 경험을 통해서 천국과 지옥을 수차례 오고 가고 했어요. 어렸을 때는 연애를 한다는 것이 그저 함께 영화 보기, 함께 저녁 먹기, 함께 데이트하기 정도의 너무나도 단순한 개념으로 이해했어요. 서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대적인 노력 조차 하지 않았죠.
이러한 고난과 시련을 겪고 "내 인생의 더 이상의 연애는 없다"라고 생각할 때 마치 신의 장난인 것처럼 또 새로운 누군가가 제 앞에 나타났어요. 오랜 해외 생활 때문에 대학교 이후로는 줄곧 국제 연애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나 미국인 그녀를 만났어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고 깊은 공통점 때문에 첫 만남 때부터 순식간에 이런저런 깊은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어요. 2년 넘게 함께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부분을 매일 배우고 반성하고 또 배우고 반성하고 또 배우고 있어요.
현명하고 인내심 많은 여자 친구 덕분에, 비로소 이제야 저는 연애가 무엇인지 그 진정한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때는 서로가 서로를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연애란 정말 쉽지가 않네요. "서로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세요"라는 너무나도 뻔한 말이 언제는 너무 쉽지만 또 다른 때는 너무 어렵네요.
어렸을 때는 다툼이 없는 연애가 완벽한 연애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제 깨달았죠. 다툼이 없는 연애는 없고, 더욱이 완벽한 연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는 다투고 난 이후에 서로가 어떻게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지에 대해서 더 집중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물론, 아직도 감정이라는 소용돌이에 둘러 쌓이면 이것 또한 쉽지는 않지만, 스스로 침착하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애, 참.. 순간순간은 행복하지만, 또 언제나 쉽지 만은 않네요. 오랜 기간의 연애/결혼 경험이 있는 분들의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려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끊는 것이 사실 저에게는 조금 버거울 때도 많았어요. 다행히도 이번에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과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 동성/이성 친구와의 관계 등의 가장 가깝지만 또 가장 소홀했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때는 그저 해외에서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중요한 삶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좋은 사람 되기가 삶이 목표가 되었어요. 더 나아가, 좋은 아들 되기, 좋은 형 되기, 좋은 남자 친구 되기를 목표로 더 이상 내 사람들에게 소홀하지 않고 스스로 인지하고 더 많이 챙기려고 더욱 노력하려고요.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 때문에 자주 연락하기부터 실천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효과가 엄청나더라고요.
생각보다 근황이 조금 많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여러분과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저는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브런치를 통해 만난 여러분과 저의 관계 또한 저에게는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고민과 생각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브런치 콘텐츠 계획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주로 영어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조금은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글을 쓰는 맛이 나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From 크리스
평소에 너무 소홀했던 관계 4가지
1. 제일 소홀했던 사람, 나 자신
2. 순식간에 늙어버린 사람, 부모님
3. 다 큰 성인이 되어버린 사람, 동생
4. 제일 가깝지만 제일 멀기도 한 사람, 여자 친구
Begin Again.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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