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잠시 브런치 글쓰기를 멈춘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매일 글쓰기 주제들이 생각났다. 아이폰 메모 어플의 용량이 부족하다고 알림을 보낼 정도로 나도 모르게 정말 많은 글쓰기 주제들이 적혀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노트북을 들고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노트북을 펼쳤다. 글쓰기 주제를 선택하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어느덧 생각에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글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하얗게 텅 빈 페이지로 다시 돌아왔다. "주제를 바꿔볼까?", "달달한 초콜릿 쿠키를 주문할까?", "화장실이나 다녀올까?" 스스로 이야기에 취해 글쓰기 모드가 아닌 상태에서는 집중해서 글 쓰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의자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한 번 보고, 시원한 물로 손을 씻고 나왔다. 다시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에 순간 옆의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A: 혹시.. 브런치.. 크리스 작가님이신가요?
크리스: 오! 네.. (이건 무슨 상황인지?) 어떻게..
A: 아, 노트북 화면에서 작가님 브런치 프로필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크리스: 아.. 그렇군요.. (그래도 좀 이상한데?)
A: 제가 작가님 구독했거든요. 작가님 글 많이 읽었어요!
크리스: 정말요?? (여기서 이렇게 만난다고?)
A: 네! 저.. 모야... 그... 영어 공부 데일리 루틴 9가지! 저는 그 글이 너무 좋았어요!
크리스: 오.. 정말요? (My Goodness!)
A: 네.. 사실 저도 영어 때문에 고민이 많았거든요..
오랜만에 세상이 좁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대화하는 것은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공통 관심사가 있다면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마치 지난주에 만났던 친한 친구처럼 편해지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대화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진다. 그렇게 그녀와의 대화가 점점 더 깊이 무르익어갔다.
A: 사실, 저는 외국계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데 언제나 영어가 큰 고민이었어요. 영어를 그렇게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의 동료들이 대부분 해외파이거나 해외 경험이 많아서 괜히 상대적으로 위축되었거든요. 특히, 해외 클라이언트와 함께 협업하는 과정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지난번 승진도 떨어졌어요. 그래서 정신 차리고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영어 학원도 다녀보고, 여러 유명한 어플도 사용해 보고, 영어 공부 모임에도 참여해 보았는데 그리 오래가질 못하더라고요. 의지가 약하고, 꾸준하지 못한 스스로가 괜히 미워지고 그래서 그런지 영어도 더 꼴 보기 싫어지고 그랬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작가님의 브런치를 알게 되었어요. 영어 공부 방법도 있었지만, 무언가 동기부여되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제게 더 와닿더라고요.
크리스: 아.. (감동..) 정말요?
A:네! 특히, 영어 공부 데일리 루틴 9가지 글을 읽고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크리스: 무엇을요?
A: "결국에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영어 학원 가고, 영어 어플 사용하고, 영어 공부 모임 가면 자동으로 영어 실력이 늘겠지라는 너무 안일한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크리스: 그럴 수 있죠.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 노력을 했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A: 네, 맞아요. 물론 글에서 처럼 정말 빽빽하게 영어 공부 계획을 짜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편안한 시간을 찾아서 소화해 낼 수 있는 양의 영어 공부를 시작하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전에는 수동적인 영어 공부였다면 지금은 능동적인 영어 공부로 하루하루 해내는 것이 재밌고 나름 뿌듯하기도 해요.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의 글이 나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너무 큰 행복이자 행운이다. 그렇게 나는 대화 내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뜨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역시, 진정한 동기부여란 스스로가 깨닫는 것이구나."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한들 스스로가 깨닫지 않거나 깨닫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스스로가 깨닫기 전까지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러한 힘듦과 고통을 겪어야만 우리 스스로가 그 무언가를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과거의 힘듦과 어려움을 기억하니 어느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행히도 업무 성과도 인정받고, 승진에도 성공한 더 나아진 현재를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었다.
A: 작가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글이 예전처럼 많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크리스: 네.. 그러게요. 사실, 너무 감사하게도 작년부터 함께하는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는 통번역업체가 많아지면서 더 바빠졌어요. 클라이언트와 통번역업체 모두 해외에 위치하여 시차도 다르고 업무 일정도 빡빡해서 정말 대학원 때 이후로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어요. 물론, 너무 감사한 핑계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콘텐츠 만드는 것이 좋아서 틈날 때마다 메모 앱에 기록하고 있어요.
A: 그러셨군요. 많이 바쁘시겠지만, 작가님 글 빨리 보고 싶어요! 제가 영어 공부하는데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크리스: 아니에요. 큰 힘이라뇨? 저는 그냥 글만 쓴 것뿐이고, 직접 실행한 것이 더 중요한 거죠!
A: 그래도 작가님의 글을 읽고 마음 편하게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를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고 스스로 깎아내리지도 않고 온전히 제게 집중해서 천천히 매일 꾸준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 너무 감사해요!
크리스: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데 제가 더 감사하죠. 사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브런치 연재 기능을 사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행할 계획이에요.
A: 오, 정말요?
크리스: 네!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어요. 단기간 목표는 영어를 공부하고 경험했던 어린 날의 저의 이야기 콘텐츠와 15년 경력의 통번역사가 알려주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어 공부 방법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신 영어 뉴스를 활용한 뉴스레터 형식의 콘텐츠도 구상하고 있어요.
A: 우와.. 계획이 많으시네요?!
크리스: 네!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계획이기 때문에 이제 하나씩 실행할 차례예요. 제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더 즐겁게 즐겼으면 좋겠네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구독자는 내게 행복이자 행운이었다. 여러 가지 업무에 파묻혀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다시금 이렇게 글쓰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다행이다.
레전드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렇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고 생각해도 막상 현실에서는 계획가 다르게 흘러갈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순서의 과정을 선호한다. 물론, 처맞기 전까지는 내 계획이 가장 훌륭한 계획이라고 믿어야 한다. 아무런 계획 없이 덤비다 처맞기보다는 어떠한 계획이라도 만들어서 덤비고 싶다.
비록 처맞는다고 해도, 계획 A가 실패했기 때문에 계획 B를 구상하여 다시 덤빌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태도가 바로 임기응변 능력이자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유연한 자세이다.
세상은 좁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서두르지 말고 나의 속도에 맞춰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 보자.
The world is small, and there are many things we can do. Don't rush, take it one step at a time, at your own pace.
함께 읽기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