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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면 Jul 07. 2023

10. 벼랑 끝에서 생긴 일 - 하

심연: 찢어진 마음 들여다보기

 그 늦은 새벽에 문을 부서질 듯이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깬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올 사람도 없는데, 이 밤에 도대체, 누가 우리 집 문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있는 것인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나의 '마지막 결심'을 알린 지인도 없었을뿐더러 초인종도 아니고 문을 두드리는 게 너무 이상했다.

 '나 오늘 결국 누군가에 의해 타의로 죽게 되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ㅇㅇㅇ씨 맞나요?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보세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의심을 풀지 않고 걸쇠를 걸고 문을 열었으나 제복 입은 두 분이 서있는 것을 보고 경찰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경찰은 문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서 문을 활짝 열어 줄 수밖에 없었으나 경찰이 왜 찾아온 건지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때 경찰이 집안을 기웃기웃 살펴보며 나에게 물었다.

 "아무 일 없으세요? 인터넷에 글은 왜 쓰신 거예요?"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카페에 의료사고로 힘들다는 글 때문에 인가 뭐지?, 카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무언가가 있나? 워낙 쓴 글이 많으니...'라는 생각으로 어떤 글을 말하시는 거냐고 되물었다.

 "유서요. 유서에 관련해서 글 쓰셨잖아요."

 그때 아차 싶어서 인정하였다. 그리곤 곧바로 뭐라고 썼는지 그 글을 왜 썼는지 물어보았다. 그래서 유서를 쓰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다고 올렸으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실제로 유서를  썼는지 물어보았지만 쓰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서 어찌 죽고 싶어서, 유서를 쓰고 싶어서 썼다고 말할 수 있으리.

 쓴 글을 보여달라고 하였지만 글은 신고로 인해 이미 삭제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오후 10시에 글을 올렸는데 4시간 뒤에 출동한 점, 딱히 위험해 보이는 건 없고 내가 자고 있었으며 다시 자고 싶다고 말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호자의 유무만 물어보았다. 그 후 내 정보를 자살예방센터로 넘긴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하는 부분임을 설명하고 돌아갔다.


 당시 나는 당혹스러움도 있었지만 죄송스럽고 수치심도 들었다. 당혹감은 늦은 새벽에 경찰이 방문한 점,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죄송함은 경찰분들을 고생시켰다는 점, 수치심은 단순히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는 점과 가족, 특히 남자친구가 알면 화를 내거나 안 좋아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대한 점이었다.


 일부러 익명으로 물어본 것인데 누군가가 신고해서 집에 경찰이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알았다면 절대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 얘기를 알게 된다면 또는 내가 어떠한 이유로 말하게 된다면 나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죽고 싶은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길 바라며 쓴 글이지만 타인에게는 그저 죽고 싶다고 말만 지껄이는 관심받고 싶은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 후 나의 모든 행동이 감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활동을 끊었고, 죽고 싶다는 마음이 떨치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고통 속에서 울어댔다. 한편으로는 그 사달이 일어났을 때 죄송한 마음과 수치심이 들었던 것에 대해 '아직 무감정하진 않구나', '그 와중에 수치심은 느끼나 보네'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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