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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면 Jul 19. 2023

11. 죽지 못해 살다

심연: 찢어진 마음 들여다보기

 나는 결국 죽지 않았다.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에 전화를 하였고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없이 찾아보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자살 예방 상담센터는 무수히 많은 전화로 인해 대기가 길었다. 나에게는 그 시간을 견딜 만큼의 용기나 의지력이 없었다. 자살 예방 강의에서는 주변사람들이 슬퍼해서 등등의 이유만 있을 뿐 나 자신을 위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의 말에서 의외로 큰 효과를 보았다. 그것은 이 힘든 시간을  끝내고 싶어서 자살을 했는데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근거로는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람이 말하길 자살자는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끝없이 불지옥에서 고통을 받았다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이 너무해서 죽으려는 사람에게 '죄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지옥으로 데려가 평생 고통받게 할 거라는 말은 듣기 썩 좋지 않았다. 잘못은 그 사람들이 했는데 왜 또 나에게 '죄인'이라는 단어를 들이미는 것인지 화가 나는 구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끝이 끝이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후세계든 지옥이든 별 관심이 없고 믿든 말든 딱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무교지만, 물론 죽으면 그냥 끝일 확률이 더 크겠지만, 너무나도 끝이고 싶었던 나에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내 마지막 끈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울분을 토해내며 가끔은 위기를 겪으며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죽음을 점점 미루었고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무기력이 자살충동을 이겨버렸다. 그렇게  침대에 멍하니 누워 생각만 하고 시도는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강한 자살 충동이 가라앉고 난 후로는 불의의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길을 가면 차가 나를 치거나 간판이 떨어져서, 집에 있으면 집이 무너져서 지구가 멸망해서 등 용기, 걱정, 불안 등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죽음과 모두가 인정하는 죽음을 바랐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계속해서 죽으면 안 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필살적으로 찾으며 진심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바랬다. 살고 싶다가 아닌, 살고 싶어 하고 죽고 싶어 하지 않는 그 마음을.

 누군가 나에게 지금은 살고 싶고 죽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 단지 일단은 하루하루 죽음에 대한 마음을 미룰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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