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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면 Jul 25. 2023

12. 살려고 하니, 살아가려고 하니

심연: 찢어진 마음 들여다보기

 나는 결국 살기로 했다.

 죽지 못한다면 산다는 선택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살려고 하니, 살아가려고 하니 집, 공과금, 보험, 생활비 등에 대한 돈문제와 취직, 직업 등 현재 사회생활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야 했다.


 참 막막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바로 삶의 무게가 다가왔다.


 이제 벼랑의 반대편을 보려고 하니 그것도 행복의 길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뭐, 일단은 살기로 한 거니 행복을 찾는 건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예전만큼이라도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하지 못할 거 같은데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인해 겁에 질려있었다. 그렇게 겁이 났던 걸 보면 사실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싶었나 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살아가기로 했다면 당연히 잘 살아야 하니까. 본인이 만족해야 하니까. 그러나 근본적으로 왜 살아야 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살고 싶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그 일이 있기 전 내 마음을 기억해보려 해도 이미 너무 흐려져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잘 살아가기 위해, 전처럼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미니어처와 같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생각을 지우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노력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만들며 거기에만 집중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해보거나,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보기도 했다.

 딱히 큰 효과는 없었다. 당시엔 집중력도 좋지 않았고 모든 것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지루했고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애쓰고 있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단발적인 활동이다 보니 그 일이 끝나자마자 우울함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미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천천히 하나씩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지인도 있었지만 세상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한국은 엄청난 경쟁사회라 그 천천히도 결국 '오래지 않은 짧은 시간 내에 천천히'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이상 나의 인생에 오점(?)을 남길 수 없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자괴감이 극에 달했던 나는 더 이상은 바보같이 당하거나 후회를 할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나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하고 괜찮은 척을 해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없었고 예전과 같을 순 없었다. 아무 일 없어도 평범하게 살았던 내가 지금 누구보다 더 똑똑하고 열정적으로 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랬다.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내 상황과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느리고 뒤처질 수 있다는 것, 때로는 못 해낼 수도 있고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것,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다는 것, 그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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