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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해도 먹고 산단다

by 정의로운 민트초코

화요일 오후 8시, 레슨실에서 손을 풀고 있으면 선생님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연습 많이 못했구나.


손 푸는 소리 만으로도 선생님은 내 연습량을 알아챈다.

드럼을 다시 배우기 시작하고 1년이 지날 동안, 선생님은 내가 왜 레슨날에만 학원에 오는지, 평일 퇴근 후나 주말엔 나타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5년 전 중학생이던 나는 틈만 나면 학원을 찾았다. 연습을 오래, 자주 했고 음악을 아주 많이 들었다. 선생님은 내 열정을 인정하며, 예대 진학을 목표로 예고 진학을 권했다. 예체능 세계의 냉혹함을 잘 아는 엄마는 단호히 반대했다. 지난한 다툼 끝에 나는 예고 진학을 포기했고, 얼마 가지 않아 취미로도 드럼을 계속하지 못했다.


재능은 없지만 열정은 넘쳤던 오랜 제자는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영어 학원은 안 가도 드럼 학원은 나오던 열 다섯 제자는, 어쩌다 일주일에 한 시간 하는 레슨도 겨우 나오게 되었는가.


너 퇴근하고 뭐 하니? (야근이요..)

야근을 매일 하진 않잖아. (주 3회 정도..?)

학원 10시까지 열어. 늦게라도 오면 되잖아. (야근하고 오면 12시라서..)

주말에 뭐 하니? (출근..)

주말 출근을 매 주 하진 않잖아. (결혼식../누워있을 시간이 필요해서..)

야근 수당 줘? 월급 많이 주냐?

(아뇨../아뇨..)

일 좋아? 재밌니? (잘 모르겠어요.)


근데 왜 하니?

선생님은 음악으로 먹고 산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연을 하고, 녹음을 해서 돈을 번다. 주말이나 저녁 개념이 없는 삶. 연습을 게을리해선 안되고, 설 무대는 점점 줄고, 아주 많은 돈을 벌긴 어려운 구조(그렇지만 나보단 많이 번다).


음악으로 먹고사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일이 힘겨워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선생님은 종종 내게 알려준다.


"음악을 해도 먹고 산단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밥을 안 굶어! 부자는 아니지만, 애들 잘 크고 잘 먹고 산단다.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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