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에도 어김없이 오전 6시 30분이면 눈이 떠진다. 빈둥거리다 밥을 챙겨 먹고, 또 빈둥거리다 밥을 챙겨 먹어도 오후 1시. 드럼 레슨 시간은 오후 8시다. 난 달리 할 일이 없다. 씻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학원까지 도보로 1시간. 시간도 많고, 어쩐지 요즘 군살이 붙은 거 같아 걸어가기로 한다. 회사에서 학원가는 길은 훤한데 집에서 걸어가려니 낯설다. 지도앱을 켜고 간다. 드럼 학원에 걸어가는 1시간 동안,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학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레슨생만 있다. 선생님에게 당분간 레슨 시간을 당길 수 있는지 묻는다. 오후 8시이던 레슨 시간을 오후 6시로 조정했다.
오랜만에 드럼 연습을 했다. 레슨 받기 전 한두 시간 연습할 수 있으면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겠구나, 생각했다.
레슨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은 환하고 선선했다. 기분이 좋아 몇 정거장을 그냥 걸었고, 배가 고파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