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만 하면 드럼 연습도 열심히 하고, 매일 공원 산책을 할 줄 알았다. 퇴사 2.5주 차, 밤 10시면 잠들고 새벽 5시 30분에 눈을 뜨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지낸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제외하고 나의 고정 외출은 오로지 드럼학원을 가는 화요일 오후뿐이다.
시간이 좀 있으니 레슨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연습을 좀 해볼까 한다. 일주일에 한 번뿐인 드럼 레슨은 매주 갈까 말까 고민한다. 마치 헬스장 같은 느낌이랄까. 마침 발목이 좀 아픈 거 같은데, 여행 가서 발목을 다쳤다고 할까. 에이, 그냥 가자. 가면 또 좋을 거니까.
간만에 화장도 하고 운동복이 아닌 옷을 걸치고 나간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도보 1시간. 5분 정도는 걸을 만하다. 15분이 지날 무렵, 땀이 온몸에 스민다. 격한 운동을 해서 나는 땀이 아니라, 햇빛과 온도, 습도 때문에 나는 땀이다. 30분이 지날 무렵 그냥 버스를 탈까 생각했고, 45분이 지날 무렵 눈앞이 핑-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학원에 잘 도착해서, 좋은 레슨을 받았다. 선생님은 왜 출근할 때처럼 입고 오냐며, 편하게 입고 다니라 얘기했고 연습을 자주 오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퇴사 후 가장 하고 싶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평일 낮술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집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마시는 낮술은 기대와는 달리 그냥 그랬다. 드럼 학원을 가느라 땀을 한 바가지 쏟고, 맥주를 마실 계획이 없었지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알았다. 아, 그렇구나. 힘들어야 맥주가 맛있구나.
회사를 다닐 땐 매일 힘들어서, 매일 맥주가 맛있었다. 오늘 학원 가는 길은 (회사 보단 아니지만) 힘들었고, 온몸의 근육을 다 써서 연주했다. 매주 화요일은 드럼 학원 가는 날, 그리고 맥주가 맛있는 날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