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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이직 면접의 기쁨과 슬픔

by 정의로운 민트초코

면접을 보고 '아, 오늘 찢엇다. 진짜 잘했다'라고 회고한 경험은 없다. 모든 면접은 아쉽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지금까지 뭘 어떻게 해왔는지 1시간 남짓한 시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불가하다. 잡플래닛과 지인을 동원해 예상 질문을 아무리 뽑아봐도, 예상은 늘 엇나간다.


첫 이직 면접에서 나는 무너졌다. 경력직으로 면접관 앞에 선 경험이 없었다. 무슨 프로젝트를 했고, 그걸 더 잘 하기 위해서 뭘 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데이터로 설명해야 하는 잔인한 자리였다. 웃음을 잃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은 그 회사에 1.10년 남짓 재직하고 퇴사했다.


두 번째 이직 면접. 나는 준비를 포기했다.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내 일은 끝났다. ChatGPT에게 내 이력서를 던지고 몇 가지 예상 질문에 대비했다. 회사의 사업 영역을 알아보긴 했는데, 내가 뭘 어떻게 준비해도 바닥은 금방 드러날테니.. 내면보다 외면을 가꿨다.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고, 눈썹을 정리하고, 향수를 칙칙 뿌렸다.


언젠가 드럼 선생님에게 물었다.


"왜 기본 리듬 속도가 더뎌질까요? 오래 배우고 연습하면 빨라져야 하는데, 퇴행하기도 해요?"


"아는 게 많아서 그래. 세 개, 많아도 다섯 개. 그것만 가지고 연습해."


나는 이직 면접에서 허세를 쪽 뺐다. 열 개 리듬을 할 줄 아는 나는, 세 개 리듬으로 승부를 봤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력직 이직은 뭘 좀 알아서 좋은데, 그걸 잘 풀어 내야해서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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