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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르방 Feb 13. 2023

집으로

Going Home!

겨울에 긴 휴가를 신청하고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다시 출국 비행기를 타고 떠난 모든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도착하고 첫 주에 즐겁게 영화관으로 갔다. IMAX로 영화 '아바타'를 재밌게 봤다.

'아바타 1'을 봤을 때는 '다름'을 뛰어넘는 사랑의 아름다움과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2편도 1편만큼 멋진 풍경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2편은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캐릭터들의 개성을 소개해주는 영화 같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는 제이크의 심리에 궁금해졌다.

그의 집은 어디일까?

극 중 설정상 제이크는 숲부족(the Forest people Navi)이 위험에 처하자 물부족(the Sea people Navi)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가족들은 원래 집으로, 그리고 예전의 평온했던 시기를 은근히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던 제이크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왜냐하면 제이크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기에 그의 진정한 고향은 어쩌면 지구다. 하지만 제이크는 숲부족과 어울리며 나비족이 되었고 숲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현재는 물부족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이크의 집은 어디일까?


나는 서울타워도 다녀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새삼 서울은 참 예쁘다. 서울타워에 꼭대기 층에는 사람들이 써놓은 소원 쪽지로 한 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소소하고 간절한 소원을 읽으며 좋은 말만 많이 보면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


금세 시간은 흘려버렸고 나는 캐나다로 돌아왔다. 직장동료들과 친구들에게 한국사진을 잔뜩 보여줬다. 그렇게 자랑하며 "나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 visiting 한 느낌이었어. 관광객이 된 느낌이라 색다른 느낌이더라."라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나를 보더니 "그래 이제 고향에 방문하는 거지. 너 생활은 이제 여기에 있으니까. 너 집은 여기에 있잖아."라고 했다.


얼마 전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긴 시간 수다를 떨었다. 새로 이민을 온 동료가 있었다. 그는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다들 좋은 동네를 소개해주며 본인의 집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서 대화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본인 집에 대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줬다. 본인은 회사 근처에 집이 있고, 해안가 근처에 Newfoundland라는 곳에도 집이 있다고 했다. 휴가 때마다 다녀온다고 너무 예쁘고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자랑을 했다. 동네 주민들도 서로 다 아는 사이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라고 했다. 그곳에 작은 공항이 있는데 예전에 9.11 사건 당시 모든 비행기가 이 Gander공항으로 비상착륙을 했었다고 한다. 그때 비상착륙한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과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고 가끔 놀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오, 집이 두 군데라니. 좋겠다. 부럽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여러 곳에 집이 있겠지!' 하며 속으로 혼자 다짐했다.


나에게 집은 어디일까?

내가 태어난 곳일까?
내가 지금 있는 곳일까?
아니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일까?


많은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 집은 '편하고 자유로운 지금 이 장소'다. 이번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 구글지도를 열었을 때 'Home'이라는 빨간 핀이 꽂힌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보고는 마음이 편안했다. 지금은 여기도 내 집이다. 집으로 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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