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회오리감자 가게에서 느낀 것
이번 주말에 남편이랑 월미도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본 거라 여행 간 것처럼 들뜨고 설렜다. 바다를 보며 조개구이를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방문했을 때 맛있게 먹었던 '회오리감자'가 떠올랐다.
판매점이 어디였는지 정확히 위치를 몰라 '맛은 다 똑같겠지'하고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저씨 한 명 이랑 딸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에 시니컬한 말투로 "뭐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회오리 감자요."라고 답했고 약 3분 동안 매장 앞에서 회오리감자가 튀겨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이랑 많이 달랐다. '분명 예전에 먹었던 건 얇고 바삭한 느낌이었는데 왜 이렇게 오동통하지?'
그래도 뭐 회오리 감자가 다 비슷하겠지, 하고 한입 베어 물었는데 그때의 감동은 찾을 수 없었다. 감자가 너무 두꺼워서 튀김이라기보다 감자 맛 밖에 안 났다.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예전에 먹었던 곳이 어디였는지 기억을 되살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으며 또다시 주문했다. 튀겨지는 동안 기다리면서 매장을 살펴보는데 아까 매장이랑 메뉴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관리가 잘 안 된 건지 옥수수 모형에는 먼지가 온통 감싸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표정도 세상만사가 다 귀찮은 것처럼 보였다.
둘러보니 예전 그 가게는 맞는 것 같은데 그때 그 직원은 아니었다. 친절하고 밝게 웃어주시던 분이었는데 그새 주인이 바뀐 건가? 싶었다. 그래도 감자는 다를 거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감자를 먹었다. 그런데 아까 먹었던 그 감자랑 겉모양이며 맛도 모든 게 유사했다. 심지어 뿌려진 가루는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짰고, 감자는 덜 익어서 먹기 힘들 정도였다.
요새 마케팅, 브랜드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자꾸 장사하는 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왜 그들은 똑같은 음식을 파는 걸까. 서비스적인 부분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라면 월미도 만의 특징을 살린 음식을 개발할 텐데... 적어도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안오는 이유를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다 똑같이 유통된 걸 팔고 있으니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먼지는 쌓이고, 장사는 안되고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졌으리라.
우리는 똑같은 음식을 팔아도 '친절함'이 있으면 그 가게에만 가게 된다. 웃음마저 잃어버린 사장님들을 보며 안타깝고 화가 났다. 옛날에는 그 방식이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소비 형태가 변했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물건이면 비싸도 돈을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얄짤없는 게 지금 사람들이다.
아주머니의 '친절함'과 다른 가게와는 다른 '맛'을 기대했던 나는 큰 실망을 하며 집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