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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명자 Aug 16. 2021

무기력한 내 아이가 걱정이시라면

- 그림은 엄명자의 (자화상) -

날씨가 선선해 졌습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이제 곧 2학기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데, 생활이나 공부에서 무기력한 아이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 많이 계시죠? 다른 집 아이들은 방학 동안, 선행도 열심히 하고 부족한 과목도 알차게 공부하는데, 도대체 우리 집 아이들은 노는 것과 게임하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요. 하루 종일 잠만 자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오후 한 두시가 되어야 일어나는 아이들을 보면 속이 터져 죽을 지경입니다.  또 무슨 일이든 시큰 둥 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면 맥이 빠지기 일쑤이지요. 

   

그렇지만 여러분, 이렇게 무기력한 아이들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너는 어째 그렇게 게임만 하니?”, “허구 헌 날 잠만 자니? 뭐가 되려고 그러니?” 하고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아이에게 퍼부으면 아이는 더 무기력해 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러면, 무기력한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내 아이가 왜 그럴까? 관찰을 해보고 원인부터 분석해 보셔야 합니다. 저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어요.    


첫째심리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입니다. 제가 그 동안 많은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로는 자신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낀다거나 불만이 있거나 불안이 있을 때 무기력해 집니다.


특히 부모 사이가 좋지 않아 싸움이 잦거나 가정 폭력이 있을 때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렸을 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큰 딸이 학교에서 사소한 일에도 울고, 일상생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점차 부부 관계가 회복되면서 딸도 자연스럽게 활기를 찾았습니다.    


또 제가 아는 5학년 남자 아이는 엄마가 불안장애로 시달리고 있었는데 아이 또한 불안이 심해서 게임으로 도피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밤새 게임하고 낮에는 무기력하게 지내고 엎드려 잠만 자려고 했어요. 또 우울증 증세가 있는 6학년 여자 아이는 학교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결석도 자주 했어요. 가정방문을 해 보니 한 부모 가정인데 엄마가 우울증이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 모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도 조금씩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심리, 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이가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환경과 시스템을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오는 정서적인 문제를 아이에게 까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부부싸움은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하고,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되도록 내비치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가 심리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먼저 건강해 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밝은 미소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법이니까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부모로서 책임이고 의무이기도 합니다.    


둘째, 부모가 너무 지나치게 다 해주거나, 마음대로 아이를 휘두르려고 할 때 무기력해 집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개입하고 다 해주면 아이는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내가 안 해도 부모가 다 해주니 굳이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요. 또 아이 나름의 특성이 있고 생각이 있는데 부모가  휘두르려 하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속으론 화를 내고 반항을 하게 됩니다. 물론 대놓고 반항하는 아이도 있지만요. 아이는 점점 속마음을 꽁꽁 싸매 놓고 표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꾸만 자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요.    


이럴 땐 아이 속에 숨은 신명을 끄집어 내 주세요.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나서 자신의 할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면 좋아집니다. 저의 둘째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남들은 대학 입시 준비로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데 ‘실용음악 학원’에 보내 달라고 하는 거예요. 남편은 화를 내면서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흔쾌히 학원비를 대주며 해보라고 했어요. 자신의 용돈으로 젬베라는 악기도 사고, 주말이면 봉사단체를 통해 공연을 하러 다녔어요. 친구와의 문제와 공부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딸은 어떻게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음악으로 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마음 속으론 마뜩치 않았지만 딸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어요. 그 딸이 어떻게 성장했을지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처음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편입시험을 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직장도 잡았어요. 이번엔 대학원도 졸업하게 되었죠. 돈을 많이 벌거나 큰 성공이 아닐지라도 저는 딸이 더 없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신명대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만약 아이가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고 부모의 마음대로 공부하라고 윽박질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또 우리 아이들이 만약 무기력해 하고 있다면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성공경험을 많이 만들어 주세요. 작은 성공경험을 하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생성되어 더 신나게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또 다른 성공경험을 하고 싶어합니다.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무기력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정말 괴롭습니다. 지금 시기에 해야 할 일과 공부가 산더미 같은데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애간장이 타들어갑니다. 그렇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먼저,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를 이해하고 알아봐주고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때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할 때도 있어요. 또 아이 상황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해야겠지요. 아이들이 신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작은 성공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부모가 현명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무기력한 아이를 일으킬 힘, 우리에게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사랑과 무한 신뢰 그리고 노력이 그 답이 되겠지요.


≫↔ Happy 6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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