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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명자 Jan 26. 2022

어린 아기의 생명성과 다이어트

- 우리 안에 숨어있는 결핍을 찾아서-

  며칠 전 후배가 근무하는 유치원에 ‘모래놀이 치료’를 배우러 갔습니다. 저도 좀 배워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후배는 ‘모래놀이 치료사’ 자격증도 있는 전문가에요. 모래놀이치료실인 ‘영암공방’에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유치원 원장님께서 사제를 털어 마련하신 2층짜리 공간엔 수많은 피규어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유치원 원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래놀이 치료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정말 부러웠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정서적으로 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가늠이 되었으니까요.    



  처음엔 어린아이처럼 모래를 가지고 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후배는 제게 전시된 피규어 중에서 원하는 것을 가져와서 꾸며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요즘 어린 아기와 어린이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고 있어요. 바라보기만 해도 귀여워서 미소가 절로 나오지요. 그래서인가 아기와 어린이들 피규어와 커다란 나무, 알록달록한 집들, 쇼파를 가지고 와서 꾸몄습니다. 나중엔 “놀 거리도 필요하니, 악기가 좋겠구나!”하고 기타를 가져다 꾸몄습니다. 후배는 제게 “선생님은 젖병을 든 아기를 맨 먼저 자리에 놓았어요.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죠. 제가 왜 아주 어린 아기 피규어를 가장 먼저 가져왔을까?  


  요즘 저는 SNS를 통해 아기들의 매력에 푹 빠질 때가 있어요. 갓 태어난 아기를 축복하는 사진들, 어린 아기인데도 숟가락, 젓가락질을 능숙하게 하며 음식을 흡입하는 먹방 동영상,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곤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유치원 원아들과 저학년 아이들이 저를 만나면 “원장 선생님, 교장선생님”하면서 옷자락을 잡으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을 느끼던 저를 떠올려 보았어요. 그리곤 대답했어요.    



  “저는 요즘 어린아이들 속에 숨은 순수한 생명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엄마 젖을 빠는 힘과 에너지, 본능적으로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 보드라운 살결과 미소, 원하는 것을 채우지 못하거나 불편할 때의 울음소리,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곤 하지요.” 후배는 “예, 그러시군요. 선생님이 피규어를 놓으신 위치 즉, 전체의 왼쪽 상단은 무의식을 나타내고 있지요. 특히 본능에 대해 생각을 평소에 하시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모래놀이 치료 활동’을 시킬 때 사용할 다양한 방법과 주의 할 점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린아이의 생명성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문득 배고픔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이가 들면서 부쩍 소화도 기혈순환도 안되고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하는 중인데, 점심을 간단한 샐러드나 계란, 과일 등으로 대신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제 본능은 음식들이 성에 안차는지 퇴근 후엔 더 먹게 되는 경우까지 생기더군요. 이성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몸과 마음은 폭풍우를 치는 것처럼 어떨 땐 사나운 맹수처럼 화를 내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몸이 하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 보면, 굶어 죽을 것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사력을 다해 먹을 것을 찾는 본능 같기도 해요. 그건 어린 아기가 배가 고프면 정신없이 엄마 젖을 빠는 강력한 힘과 같은 거죠.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식사를 적게 하지 않고, 위장을 달래주는 채식위주, 소화 잘 되는 음식으로 바꾸고 몸이 화를 내지 않도록 달래면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도 좀 내려놓았어요. 그 대신 운동을 좀 더 많이 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모래놀이 치료를 배우러 갔다가 성인이 되어도 어린 아기의 순수한 생명성과 본성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우리 몸에 잠재되어 있음을 깨달았어요.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과 습관들 그리고 내게 다가오는 고통과 어려움을 메타인지로 바라보고,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내 몸은 왜 이렇게 항상 무기력하고 아플까? 왜 나는 항상 우울할까? 나는 왜 자주 화가 날까?’ 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어린 아기가 본능적으로 생명성을 발휘하듯이, 우리 몸도 자신을 살리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동이나 감정을 발현시킬 테니까요.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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