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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브래드슈 Apr 13. 2021

첫 출근날 기억나세요?

사뭇 다른 신입 첫 출근 vs 경력 첫 출근


첫 출근날 점심, 첫눈이 내렸다.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취업을 못하면 늙은이가 되어 영영 취업을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뒤로하고 첫 출근을 했다. 늙은이 백수로 살지 않게 해 준 나의 첫 직장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감사함도 잠시 입사동기가 없던 나는 오롯이 모든 처음을 혼자서 견뎌내야 했다. 책상에 앉아 귀를 곤두세우고 무슨 소리만 나면 혹시 나를 부르나 하는 생각에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몸 둘 바를 몰랐다. 사수의 편하게 있으라는 말에도 처음 느껴보는 낯선 사무실의 공기는 조금은 딱딱하고 조금은 갑갑해서 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교 졸업반 선배에서 다시 팀의 막내가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몰라도 괜찮고, 실수해도 용서가 되니까. 모두가 너그러이 넉넉한 마음을 준비하고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수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풋풋한 애기였을까.


모든 것이 낯설지만 모든 것이 설레는 순간. 취업이라는 산을 넘은 경험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 그렇게 내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경력직의 첫 출근날은 사뭇 다르다. 설렘이라는 말은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적응하지라는 불안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너무 쎄 보이지 않으면서도 얕보이면 안 되는 그 중간쯤의 복장을 장착하고 출근한다. 출근 후 이 전쟁을 함께 시작할 입사 동지가 없다면 누가 아군으로 나의 편이 되어줄지 스캔하느라 바쁘다. 신입을 받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경력이 투입되면 팀의 분위기는 묘한 공기가 흐른다. 서로에게 얕보이지 않으려는 노력과 함께 이 사람이 신뢰하고 함께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일지 간 보는 시간이 시작된다. 나의 모든 기준은 이전 회사가 된다. 이전 회사와 동료는 어떻게 다른지, 문화는 어떻게 다른지, 업무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적응해나가는 시간이 시작된다. 


일정기간 한 회사에 다니다가 권태기를 느낄 즈음에 이직을 했다면 리프레시하는 기분을 잠시 만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력직의 첫 출근날은 내 능력을 잘 어필해야 한다는 부담감의 비중이 높다. 나를 보는 시선은 신입을 볼 때처럼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이 아니라 조금은 날카롭게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다. 다 알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모른다고 하기 어렵고, 면접에서 잘할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 실수라도 할까 조마조마하다. 


최고의 직장은 '전 직장'이라는 말이 나에게도 해당될지 안될지 고민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지나며 이 곳은 또 하나의 나의 직장이 된다.





내일, 음감 작가님은 '크로와상'과 '크로플'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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