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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브래드슈 Jul 01. 2021

서울여자가 목포남자를 만났을 때

아들은 사투리를 쓸까? 안 쓸까?

내 남자 친구 : 이거 뭐데?
내 친구 : 응, 그거 먹어도 돼. 
내 남자 친구 : (얼굴이 매우 빨갛게 변했다.)


내 남자 친구를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날. 그는 목포 출신임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본 안주를 보고 '무엇인지 물어본 질문'을 친구가 '먹어도 되냐'라고 물어본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웃느라 정신이 혼미해졌고, 남자 친구는 귀까지 빨갛게 변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했다. 사투리를 별로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가 받은 충격이 꽤 오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목포 출신 남자 친구가 내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면, 서울 여자인 나는 목포에서 남자 친구의 지인을 만나 평생 처음 듣는 칭찬을 듣게 된다.



옆에 아나운서가 앉아있는 것 같다야.


난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기차 타고 서울에서 목포로 이동했을 뿐인데, 몸 둘 바를 모를 칭찬을 받고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평생 표준어 쓴다고 칭찬받아보기는 처음이라 기뻐하면서도 좋아하기 애매한 그런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면 이 작은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언어가 쓰이고 있다니 놀랍다.



그렇게 서울과 목포만큼 다른 서울여자와 목포남자는 서울에서 결혼을 하고 아들을 키우게 되었다. 그럼 이 아들은 어떤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을까?


서울아들(5살) : 엄마, 나는 수영은 모데
서울엄마 : '모데'가 아니라 '못해'라고 하는 거야. 자기가 쓰는 말을 똑같이 따라 하네. 신기하다.
목포아빠 : 아들아, 아빠가 '모데'라고 잘 못 말했네. 우리 앞으로는 못 한다는 말은 '못 해'라고 말하자~ 


저 작은 아이의 입에서 사투리가 나온다. 아빠가 쓰는 말과 똑같은 억양과 말투로. 남편이 사용했을 때는 너무 익숙해져서 사투리인지도 잊고 있었는데, 아들이 쓰니 티가 확 났다. 귀엽고 신기하면서도 움찔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조심스러워졌다. 나와 남편은 아들 앞에서 말과 행동을 정말로 조심해야겠다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앞으로 서울과 목포의 좋은 점만 골라 닮을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바르게 노력해야겠다.




다음 주 월요일은 아코더님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작가 4인이 쓰는 <남편이라는 세계>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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