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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발화 Nov 29. 2022

고향 아닌 곳에 느끼는 향수

어린시절의 나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정말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이가 좀 들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같이 미국에서 지낸 지인들이나, 저희 동네에 원래 아는 집들도 미국에 다녀오거나 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거주한 몇 년의 시간으로 인해서 영어 하나는 참(꽤나?) 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매우 높게 평가를 하는 편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음, 사실 토익은 한번도 만점을 받지 못해 985점만 여러번 받아보았고, 오픽 스피킹은 AL(최고등급)을 받기는 했습니다. 텝스는 920점대의 점수를 받은 적은 있지만 아주아주 어릴 때 얘기라서, 요즘 바뀐 텝스 등급제도 모르고, 회사에 입사할 때 하는 영어 스피킹 테스트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원어민이냐, 영어가 더 쉬운 거 아니냐,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괌이나 하와이 여행 말고, 미국 본토 땅을 가본 적은 3번 정도 인 것 같습니다. 한번은 초등학생 시절 온 가족이 다 같이 가서 미국 시골마을에서 거주했었고, 그 다음에는 교환학생을 갔었습니다. 그 후에는 혼자서 미국에 여행을 갔다온 게 가장 최근이겠네요. 그런 것에 비해서 저는 미국에 이상한 향수병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향수병은 고향에나 느끼는 것인데, 저도 제 향수병의 근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때 미국에서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유년시절의 기억이라 그 기억을 찾고 싶을 때 예전의 미국 그 마을을 떠올리며, 마치 그곳은 그대로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의 잡화점, 백화점, 큰 마트, 부모님과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던 시간들. 쨍한 햇빛에 묘하게 나는 잔디냄새.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그대로 쭉 내달리던 하얀 길. 고양이들이 돌아다니지만 맨발로 밟던 흙. 달달해서 머리가 쭈뼛 서는 디저트와 짜고 양이 많은 음식. 주말마다 오던 전단지를 한웅큼 끌어안고 정독하던 시절. 뭘 해도 주목받고 칭찬받는 사람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그 시간은 저를 더욱 더 긍정적이고 자신만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영어만 해도 칭찬받던 시절이라, 집에서 하염없이 디즈니 채널을 틀어놓고 티비만 봐도 부모님이 뿌듯해하고, 친구들이랑 놀다와도 좋아하시던 호시절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성인이 되고 간 미국은 역시나 더더욱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본격적으로 교환학생 학기가 시작되기 전, 친척 집에서 보낸 시간은 더욱 더 미국에 대한 애타는 제 마음에 불을 질렀고, 그 이후에 혼자 미국 여행을 가고, 미국 직구를 하고, 미국 미국만하면 어쩔 수 없이 너무나 끌리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마치 전생에 미국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강한 이끌림을 받는데,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릴 때 시간이 그리운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면 어린 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아무도 저를 모르고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곳이 좋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돌아갔던 한국은 비교와 경쟁에 너무 지쳐있어서 한번씩 숨이 막히는데, 제가 기억하던 미국 시골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특이한 사람도 많고 (여름에 어그를 신는다거나) 뭐든지 풍부하고 남에게 신경을 덜 쓰는 문화 같았거든요(물론 최근 위험한 부분..이나 동부에 상류층사람들은 포함하지 않은 말이지만)!



 미국을 그리워만 하지말고, 이렇게 강한 향수를 느낀다면, 향수병에 대해서 뭔가를 해보자!가 저의 생각입니다. 이 생각의 실천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다음 글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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