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변의 발화 Oct 26. 2022

일생의 고락과 원나잇도 함께 겪던 부부

사랑이 드러나는 여러 모습

 저에게 ‘원나잇’이란 것은 인터넷에서나 본 얘기였습니다. 저와 대화를 나눌 정도의 주변 사람들 중에는 ‘원나잇’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혹여나 있다고 해도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저에게 굳이 그런 얘기를 전해줄 사람은 없었겠지요. 그런데 로펌에 출근한지 일주일 만에 대표님이 아침 일찍 저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오전에 갑자기 ‘원나잇’한 의뢰인이 올 것이라고 말했을 때, 저는 육성으로 ‘원나잇’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그때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의 직장 상사이고, 내가 ‘원나잇’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거라니.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네요.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상담이 저에게 처음 맡겨진 ‘성’관련 사건이었고, 성 관련 사건중에 가장 가벼운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당시 입 밖으로 ‘원나잇’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일단 애써 당황한 표정을 숨기고 대표님과 같이 상담에 들어가서, 일단 사실관계부터 파악해보기로 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를 통해 왔다며, 그렇게 저보다도 어려 보이는 남녀 의뢰인이 같이 들어왔습니다(의뢰인의 내용으로 일부 각색하였음을 참고바랍니다).   화를 참을  없다는 듯이 먼저 입을  사람의 요지는, 본인이 원나잇을 하기는 했는데 원나잇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입니다. , 제가  밖으로 말하는 것도 어색해하는 '원나잇'  사람은 기혼이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결혼  배우자가 외롭게 하고  바쁘고, 본인도 욕구불만이 있어 '어쩌다보니' 어플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어플에서 사람을 구해서 만나기로 했고, 00 00 0시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원나잇' 했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원나잇 번 뿐이고 일회용이다,  그렇게 좋지도 않았는데,  X 좋았다고 그렇게 나한테 매달리더라. 여러  만난 것도 아니고  한번 했는데 그렇게까지 매달리니까 진짜 어이가 없더라,  X 나랑 특별한 사이이랄 것도 없는데 혼자서 그렇게 오바하더라'라는 취지로 계속 를 내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어쩌다가 실명이 쓰여있는 물건과 명함을 들켜버려 상대방이 이름, 전화번호, 직장을 고 공중전화 등으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같이 들어와서 씩씩거리면서  둘은, 기혼의 '원나잇은 그렇다 ', 관계에서의 특별한 임팩트도 없이 협박을 하며 괴롭히는 것이 너무 나쁜 놈이니  XX 어떻게 해서든   다치게 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돈은 있는 대로 써도 되니까  사람을 잡아내서 망신을 주겠다, 대신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전에만 빨리 잡고 싶다 기타 등등. 그렇게 한참 얘기하며, 상담하러   사람 모두가 원나잇 협박범에 대한 엄청난 증오를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정서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는 없으나 사실관계만을 보았을  범죄의 피해자가 맞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상담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같이  일행이 힘을 주어 처벌해야하지 않냐고 했을 , 저는 어쩌면 도덕적으로 흠이 있을  있고 말하기 어려운 일일  있음에도, 친구 또는 가족도 감싸주고 진정으로 위해주는 구나, 라며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수임계약을 하겠다며, 그들은 수임료를 지금 입금하겠다고 했습니다. 상담실 안에서 갑자기 계좌이체를 하겠다며 서로가 민망한 순간에, 일행은 둘이 누가 지금 결제를 할지 이야기하다가 '생활비' 담당하는, 범죄 피해자가 아닌 같이  일행이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저는 상담하러   남녀는 부부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움과 의아함 중에 '배우자만 이해하면 원나잇은 문제될  없지않냐' 말이 뒤늦게 따라왔습니다. 나에 대한 불만족으로 어플을 통해 원나잇을 하고, 인적사항을 상대에게 들켜 협박을 받는데, 이걸  이해하고 변호사 수임료를 내는 배우자. 이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지 아리송하기는 했습니다.



 결혼하기 훨씬 전의 사건인데 결혼을  지금도 그들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남편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같을   나서서 같이 화내주는 성격인 저는,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결혼식을 준비하며 성혼선언문을 작성하며, '일생의 고락' 함께한다는 표현이 인상깊게 다가왔는데, 이것도 부부의 모습일까요? 사랑이 깊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없이 드러나버리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일까요? 다시 상황에 대입해 생각을 해보면 3자에게서 협박을 받는 피해 앞에서는  남편이 먼저가   같기도 하고, 모든  종결되면 조용히 갈라서야 하나 고민될  같기도 하고. 모든 사람의, 본인의 배우자에 대한 감정은 쉽게 정의할  없구나, 사랑은 어디까지 이해하는 걸까, 사랑이 대체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결혼적령기 사랑의 발아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