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병준 Jan 15. 2023

원소주를 읽고 취한 기획자

"원소주 - The beginning"을 읽고 든 생각

2023년에는 1달에 최소 책 1권은 읽자는 다짐을 했고, 평소 롤모델이었던 박재범이 차린 소주 회사에서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어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해서 읽었다.


저자는 회사의 CCO인데, 원소주에 뛰어들기 전에는 쇼핑호스트, 영업 사원, 브랜드 마케터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원소주를 만들게 된 계기부터 디자인, 마케팅, 판촉, 이후 전략 수립까지 모든 내용이 들어가 있다. IT업계에 있는 모든 포지션의 최종 목표로 잡히고 있는 제너럴리스트인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원소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내가 몸담고 있는 IT서비스에 대입해 보니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책을 읽기 전 평소 술을 한 모금도 하지 않는 나이기에 재미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 얘기인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부터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프롤로그

"경험을 증류하다"


증류란 무엇일까?

액체 혼합물을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여 분리하는 방법. 증류를 통해 순수한 액체 물질을 얻을 수도 있고, 액체 물질의 순도를 조절할 수 있다(증류주의 알코올 함량을 높이는 방법). 증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는 중요한 분리 방법이다.

작가는 경험이 증류되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기회는 갑자기 찾아오고,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아 성공할 수 있다. 준비란, 크게는 내가 살면서 겪는 모든 경험부터 작게는 IT회사의 기획자가 겪는 모든 경험들로써 이들은 자연스레 증류되어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된다고 한다.


내가 브런치에서 작가 활동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내 지금의 작은 경험들이 증류되어 훗날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고객에게 어필하는 황금밸런스

"소주는 소주다우면서 소주답지 않아야 한다"


"WON, WANT, ONE". 원소주는 이름부터 수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 소주들과 다른 검은색의 병 색깔부터 천으로 된 라벨까지 분명히 맛은 소주이지만 소주답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맛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소주들과는 다른 기법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여태 먹어본 소주와는 다른 맛이다.

뻔했던 그동안의 소주와 다른 길을 선택한 원소주는 주류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이제는 소주뿐만 아니라 굿즈, 문화까지 원하고 있다.


우리에게 어렵고 딱딱했던 금융을 쉽고 말랑하게 만들어준 토스가 생각났다. 이들이 바라는 바가 "금융다우면서 금융답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를 혁신이라고 줄여 부른다. 




진짜 제품을 찾기 위해 꾼이 되는 과정

"원래 소주는 이거야"


원소주가 만들어진 과정을 읽어보니 '진짜 고생했다.'라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십 개의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 마셔보며 술을 만드는 방식부터, 술의 온도, 술을 담을 병과 뚜껑, '짠'할 때 나는 병의 소리, 뚜껑을 딸 때의 소리 등 술을 마시는 입장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직접 느끼며 만들었다고 한다.

만들어놓은 제품으로 진짜 고객을 찾고 진짜 문제를 찾는 내 업무가 머릿속에서 원소주와 부딪치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 제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내가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애당초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건 모순이긴 하다).


고객이 제품의 소리를 들을 때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보다 발로 뛰는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처럼, 적어도 기획자는 모든 문제를 직접 마주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




위기 = 위험 + 기회

"원소주, 논란의 중심에 서다"


사실 원소주는 인기를 얻기 전 출시부터 애를 먹었다. 술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논란에서 원소주는 경쟁사 및 언론의 압박을 이겨냈고, 결국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에 소주를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는 것이 후킹 요소로 작용했고, 느슨했던 소주 업계에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자연스러운 경쟁으로부터 발전을 이끌어 업계의 선순환을 일으켰다.

국내 1위 핀테크로 도약한 토스, 기존 여객운송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타다, 이 둘 모두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 밖에 성공의 자리에 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모두 많은 위험을 물리치고 올라왔다.


어떤 위험도 꿋꿋하게 버텨 이겨낸다면, 이들은 증류되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과감한 목표 설정

"지금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원소주는 초기에 희소성을 목표로 제품을 출시했고, 그 결과 폭발적인 인기로 홈페이지 다운, 리셀(re-sell) 매물 출몰 등 희소성이 동반해야만 가능한 상황들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원소주는 희소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다는 목표로 전략을 바꿨다.

편의점 유통을 통해 독점 판매를 계약하고, 한정된 수량을 판매했다. 편의점에 있기엔 다소 높은 가격과 프리미엄 소주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 판매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가득했지만 그들의 우려와 달리 대중으로부터 '소주런', '포켓몬빵 열풍 2탄' 등의 수식어가 달릴 정도로 기대를 추월했다.


우리는 과감하고 뚝심 있는 판단으로 우리가 만든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니까.




중요한 건 안주하지 않는 마음

"원소주 자사몰 새 옷을 입다"


'예상보다 높았던 출시 직후의 인기', '공급량 조절을 통해 잡은 대중성', '편의점을 통한 수익률 상승'. 원소주는 탄탄대로를 달리며 안정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뜬금없는 홈페이지 리뉴얼을 기획한다. 출시 당시 단기성으로 오픈했던 판매 공간이었던 홈페이지는 접속 과부하로 두 번이나 다운되어 많은 질타를 얻었고, 편의점 유통 판매가 진행되면서 사용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판매 시스템을 개선하고,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풀어내며 재오픈한 홈페이지는 고객들을 다시 한번 온라인으로 불러들였고, '드로우 판매', '굿즈 판매'를 통해 홈페이지도 살리고 더불어 성공에도 박차를 가했다.


우리가 흔히 성공했다고 말하는 기업들은 과연 그들도 성공했다고 느낄까? 아닐 거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당장 제품이 고객을 만족시키더라도, 경쟁이 붙고 시간이 지나면서 질리게 되고 결국 떠난다. 따라서 우리는 설령 목표를 달성했더라도 구석구석을 살피며 개선해나가야 한다. 조그맣게 보이는 흠집에도 고객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는 이제 2년 차를 막 지난 주니어 기획자다. 내가 원하는 기획자의 삶은 "길에서 보이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봤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저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든 소주를 선물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은 감히 어떤 것과도 맞바꿀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스토리에 대한 기획자의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