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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 리뷰(시즌3 공개를 기다리며)

영국대사가 테러의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 그리고 더 확장된 이야기

by 혜영

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 시즌3가 10월 16일에 공개된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이 드라마의 재미는 물론 뛰어난 만듦새, 서사의 깊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던 나로선 10월이 다가올수록 설렘이 커지고 있다. 시즌3을 더욱 재미있게 보는 비결은 역시 앞 시즌 정주행이지! 오늘부터 시즌1 정주행을 시작했다.

드라마 주인공은 중동 분쟁지역 전문가인 케이트다. 영국전함이 테러를 당해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워져 공석인 영국대사 자리에 전문가인 케이트가 임명된다. (그동안 영국대사는 주로 대통령에게 후원을 많이 한 기업인이 얼굴마담으로 몇 년 가있다가 돌아오는 식이라고 드라마 속 영국총리가 비꼬며 케이트에게 이야기함) 테러의 범인이 이란인지 러시아마피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존재인지를 케이트는 파헤쳐 가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케이트의 남편 헬과 영국대사관 직원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인상적이다.

특히 주인공부부 케이트와 헬만큼이나 중요한 대사관 공관 차석 스튜어트와 cia런던지부장 이드라박 커플의 매력도 장난이 아님. 미국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케이트를 영국대사에 임명한 건 전문가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케이트를 부통령감으로 점찍어두었기 때문이기도 해서 스튜어트가 미국대통령 비서와 비밀스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케이트를 검증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시즌1 1회를 오랜만에 보는데 다시 보니 눈에 들어온 건 영국대사가 머무는 저택의 규모다. 런던 한복판에 위치한 엄청난 크기의 저택과 운동장 수준의 정원을 영국대사에게 제공한다는 건 미국과 영국이 어떤 관계인지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영국전함 테러라는 이 엄청난 사건에는 피해자 영국과 가해자 외에도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얽혀있다. 그래서 단순히 진실만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밝히는지가 중요하고, 그렇게 알게 된 진실을 알릴지, 숨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로 엮인 수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 가며 신뢰를 쌓고 자신의 이익을 취할지도 중요하다. 숨 막히는 머리싸움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이야기의 방향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영국이라는 무대(어쩌면 전 세계)에서 외교관 케이트는 매 순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케이트는 선하고 지혜로운 인물이다. 사람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중동 분쟁지역 전문가로 일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란 나라의 공무원이므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자신의 신념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늘 고민해 왔을 것이다. 헬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영리하지만 너무 대담해서 종종 사고를 치고 그래서 케이트와 항상 부딪쳐왔다. 둘은 결국 잠정적으로는 이혼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미국인 영국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답게 드라마는 미국과 영국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오묘한 관계는 케이트와 헬 부부의 모습과 겹쳐지기도 한다. 한쪽이 사고를 치면 한쪽이 큰 영향을 받으니 옆에서 말릴 수밖에 없고, 한쪽에게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한쪽도 피해를 받으니 함께 수습해야 하는 그런 관계. 각각 독립된 개체임에도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미국과 영국의 모습은 부부관계 같기도 하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죽일 듯 싸우다가도 영원을 약속하고 기대하고 실망하다 막상 갈라서려니 수없이 얽힌 이해관계들 앞에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셈해보게 되는 모습. 깊은 이해관계로 얽혀 어떻게든 내 몫을 더 많이 챙기려 수없이 수 싸움을 하는 부부의 모습과 외교는 닮아있다. (물론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욱 아끼며 배려하는 부부관계도 있겠지만 매우 희소하니까... 당신이 그런 관계의 부부라면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

시즌1에서 가장 좋았던 건 케이트와 영국 외무장관의 관계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주 마주치고 깊이 얽힐 수밖에 없던 둘은 그 과정에서 소통하며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둘의 엄청나게 높은 사회적 위치, 유부녀라는 케이트의 현실(이혼할 거지만)은 둘에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게 한다.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미국드라마 특징이 남녀가 눈만 마주치면 섹스한다는 얘기를 듣고 엄청 웃은 적이 있는데 영국이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이 활약하는 드라마라 그런지 드디어 미국드라마에서 이런 절제를 보여주는구나!!!!!!! 했다. 그 둘이 서로를 안고 싶어 미치겠지만 눈빛만으로 신뢰와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의 자극적인 스킨십보다 설레었다. 역시 어른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지. 암 그렇고말고.

어떤 평론가분이 외교관을 극찬하며 넷플릭스의 자존심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너무 공감한다.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서사는 꽉 차있고 메시지 분명하며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라니. 나에게 2023년 올해의 드라마는 외교관 시즌1 2024년 올해의 드라마는 외교관 시즌2였다. 2025년 올해의 드라마 또한 외교관 시즌3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무엇보다 시즌2의 마지막장면도 진짜 상상도 못 할 내용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에... 시즌3가 내게 줄 충격은 또 어떤 것 일지 기대되어 미쳐버릴 것 같다. 안 볼 이유가 없는 드라마, 넷플릭스의 자존심!!! 제발 외교관 드라마를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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