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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묘 Aug 04. 2022

(에세이) 16. 자신이 건강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방법

내 기준에 건강한 사람의 척도는 달리기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느냐 안 하느냐다. 중증을 앓고 있지 않는 이상 마음만 먹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달릴 수 있는데, 건강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닌지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기를 주기적으로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성한 사람만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납득이 안되면, 동네 운동장을 몇 십분 달려보시길.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는 무릎과 발목 관절, 척추가 튼튼하고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이 정상 범위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필자는 20대 때까지 아무리 달려도 숨만 찰뿐 아픈 곳이 없었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넘어서자 달리고 나면 오른쪽 무릎이 아팠다. 8만 원짜리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제조된 지 1년 미만의 러닝화를 신어야 통증 없이 달릴 수 있게 됐다. 심지어 30대 초반에는 허리 디스크로 달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술 담배를 멀리하고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은 좋은 편이었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분명 10분도 채 못 달렸을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 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턱걸이고, 그다음 좋아하는 운동이 달리기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운동만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나는 달리기를 선택하겠다. 달리기는 전신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탄천을 달린다. 꾸준히 달리는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크지만, 다른 운동에서 느낄 수 없는 달리기만의 매력이 있다. 혼자만 탐닉하는 게 아쉬워 여러 사람에게 이로운 점을 널리 알리니, 시간 내서 꼭 달려보고 그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1. 건강에 좋다.

정신과 육체 모두 해당한다. 나는 다소 부정적인 사람이었는 데 달리고 나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물론 독서나 글쓰기같이 지혜를 쌓을 수 있는 행위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달리기의 효과가 더 크다고 믿는다. 달릴 때 흘린 땀 때문에 개운함을 느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 만큼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는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모든 걸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신체 모든 부위를 단련할 수 있고, 뇌 건강에도 좋다(정력에도 좋다고 한다.).


2. 자신감이 상승한다.

보통 1시간을 달리는 데, 어제보다 더 많은 거리를 뛰면 성취감이 어마어마하다. 실시간으로 건강해졌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피드백이 빠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노화를 의미하는 데, 반대로 신체 능력이 더 좋아졌으니 더 젊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커지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운동장을 달리다 마라톤까지 출전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매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달리기라고 말하고 싶다.


3. 잠이 잘 온다.

나는 생각이 많고, 예민한 성격 탓에 빨리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유독 달린 날은 잠이 잘 온다. 근력 운동은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은데, 달리기는 전신을 다 쓴 운동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정확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잠이 잘 온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한 번 달려보시길.


4.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색의 의미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의아해 할 수 있다. 사색이 뭐 별건가? 나에겐 별거다. 사색은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깨어있는 동안 계속 생각을 하지만, 사색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면 깊숙이 내려가서 내가 가진 고민과 마주하면 그 실마리가 보이곤 한다. 보통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게 익숙하지만, 내면 깊숙이 내려가 보면 오히려 답을 더 쉽게 찾는 경우가 있다. 


사색하는 행위만으로도 근심과 고민이 정리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달리는 순간도 그렇지만, 달리러 가는 동안 걷는 시간에도 사색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험은 여행이나 명상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수고가 있으므로 운동 중에 하는 건 일석 이조다.


'달리기 하나로 인생이 바뀝니다.' 같은 거창한 말로 거들먹거릴 수도 있었지만, 특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달려라. 시간 날 때마다 특별히 할 일 없으면 5분이든 10분이든 달려라. 건강한 사람이라는 걸 자기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여라. 그거 하나만으로 달릴 가치가 있다. 


지금부터 당장 달려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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