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오묘 Jun 17. 2023

(에세이) 26. 과거의 연인을 지금 만났다면.

며칠 대학교 학동문회 알리  문자 메시지 받았다. 업생들의 관계 형성을 위해 모임을 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 끝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링크가 걸려 있었다. 눌러보니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입장해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휴대폰 화면을 껐다.


메시지에 적힌 글을 다 읽은 뒤 처음  생각은 글을 참 잘 썼다는 것이다. 글을 쓴 사람은 현재 학과장을 맡고 계신 교수님이다. 그분은 내가 졸업할 즈음 부임하신 젊은 여교수였다. 그 당시 그분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신입 교수가 벌써 학과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다음 든 생각은  과거에 연인 사이었던 그녀도 이 메시지읽을 때 나를 떠올지 궁금했다.-메시지를 읽는 내내 느꺼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헤어진 지  수년이 지났는 데도 망각의 늪에서 기어코 그녀를 끄집어 올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련 없는 아쉬움이 남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한참 흘러도, 아무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도  끝나버린 사랑은 저마다의 이유로 항상 아쉽다. 이별의 사유들을 곱씹어 보면 굉장히 하찮은 일로 헤어졌다는 사실을 기 때문이. 귀는 동안 이기심보다 애타심을 조금 더 발휘했었더라면 연애의 잔상들은 행복에 더 가까웠을 것이 분명하다.


종종 오래전에 헤어졌 옛 애인 떠오른다. 그 당시에 나는 모든 게 미숙고 어설펐던 것 같다. 그때가 아닌, 조금은 더 성장한 지금, 그녀들을 만났더라면 연애의 결론은 어떻게 을까? 행복하고 아름다운 연애를 했을까? 그 사람들 중 한 명과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을까?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지만, "그땐 난 너무 어렸고 사랑을 잘 몰랐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라는 드라마 대사에나 나올법한 문장을 빌려오고 싶다.-물론 내 양심은 오만을 가리키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더 성숙할 거란 믿음에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라지만 불가능하다.-적어도 연애에서 만큼은 확실히 불가능하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후회의 과정이 되풀이되는 일종의 절차탁마(切磋琢磨)를 통해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많이 연애를 해야 하고 이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후회가 밀려와도 괴로워할 필요 없다. 후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믿음이 중요하. (정상인이라면)의도하지 않아도 이별로 겪는 후회를 통해 반드시 사소한 것 하나쯤은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후회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더 들여다보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들은 다음 연애의 밑거름이 되어 나를 조금씩 성장시킬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통당익숙(通當益熟)', 'No pain no gain' 등 전 인류가 공감하는 진리다.


너무 일찍 만나서 아쉬운 사람이 있다. 그 반대로 너무 늦게 만나서 아쉬운 사람도 있다. 이런 경험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지만,  제로 삼는 것만큼 어리석은  없다. 언제 만나든 결국은 직접 겪어 봐야 알 수 있 되는 것이다.

장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과거 일어난 사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확신한다. 과거의 연인들을 통해 깨닫고, 배운 덕에 지금의 내가 있. 과거에 그녀들이 없었다면 나는 성장하지 못했고, 미성숙한 연애 방식을 고수했을 것이다. 성장하지 못한 내가 언제 그녀들을 만나든 타이밍은 안 맞았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동문회 오픈 채방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그녀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녀가 방에 있다면 그녀의 프로필을 볼 수 있고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라는 형식적인 메시지를 보낸 뒤 찌질한 상상을 하다가 답장이 안 오면 옛정을 생각해서 안부를 물었던 것뿐이라고 자기 위로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떠나간 사랑에 미련을 갖는 것은 내가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나를 성장시켜 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면 마음속으로만 반가워하면 그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25. 연애는 작별로 끝나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