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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 만난 물개 Apr 16. 2021

#5. 면담 지옥

최근에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에 매진하느라 글이 밀려버렸다.
퇴사를 실행하면서 회사에서 겪는 일을 가까운 시점에 글로 남기려던 처음 계획과는 달라져버렸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 겪은 일을 천천히 회상하며 계속 적어보려 한다.
이 땅의 모든 퇴사자들을 응원한다.




퇴사를 선언한 후 1주일,

요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면담으로 시작해서 면담으로 끝나는

내 하루 일과일 것이다.
정말이지 '퇴사하는 것도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평균 3~5명의 직장 상사 또는 선배와 면담을 했다. 본부장님과 팀장님과는 벌써 3~4회 정도 면담을 했고 인사팀장님과도 두 차례 면담을 했다.


대략적인 면담의 내용은 이렇다.
퇴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건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희망하기 때문이라면 우리 회사의 다른 직군이나 타 부서에서 근무해 볼 생각은 없는지 등 뭐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제안해 주셨다.
나로선 감사한 일이다.
짧은 회사생활이었지만 나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와 같은 여러 제안에 나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면담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애초부터 회사생활에 관심이 없었다고 판단한 몇몇 분은 "그럴 거면 회사에 오지 말았어야지! 너 때문에 회사가 다른 유능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냐." 라며 나를 나무라기도 하셨고, 몇몇 분은 "회사 밖에서 뭔가를 이룬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라며 "안전한 길이 최고다."라는 일장연설을 나에게 늘어놓기도 하셨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나를 많이 생각해주셨던 분들은 "다 좋은데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
"글로벌 팬데믹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니까, 지금 시기만 넘기고 도전하는 게 좋지 않을지"를 이야기하시며 걱정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하셨다.



많은 면담이 계속되었지만 대체적인 내용은 저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나는 처음과는 달리 자세히 설명하려는 노력을 그만두기로 했다.
면담이 계속될수록,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짧은 설명과 수긍하는 척하는 듣기 자세로 일관했다.
'나의 고분고분한 태도'로 아직 설득의 여지가 남았다고 생각하는듯한 분이 일부 계셨지만, 면담이 끝날 무렵 내 입에서 나온 단호한 거절에 낙담하시는 듯하였다.

물론, 나의 과감한 결정을 부러워하며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어떤 바보 같은 사람은 마지막까지도 "집에 돈이 많은가...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네..."라멍청한 소리를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뭐 다시는 볼 사람이 아니니 '그냥 그러고 살도록'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회사는 나에게 좋은 '연습장'이었고 좋은 '실험장'이었다.


퇴사를 선언하고 돌이켜보니, 회사생활이 나에게 참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다시는 회사란 조직에 돌아오지 않겠다."라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들어주었고, 조직생활은 내 길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물론 좋은 분들을 만나서 그분들과 함께 일하는 정을 싹틔우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일할 때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 분들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 '처음 보는 사람과 업무 때문에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나에게 호감을 갖고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는지'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아니,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깨달았다'는게 맞을 것 같다.
회사는 나에게 좋은 '연습장'이었고 좋은 '실험장'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느낄 수 없었고, 나는 결국 '퇴사를 계획'하며 현재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퇴사까지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내가 뜻한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다시 한번 이 땅의 모든 퇴사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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