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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릅 Aug 06. 2023

상대를 미워해도 되는 이유

대인배는 무슨 저는 소인배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참 불편하다. 상대를 향해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니 나의 감정이 소모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미워하는 마음 같은 '나쁜 감정'은 나에게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으며 또 다른 이유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움을 쓸데없고 소모적인 일이라고생각한다. 똑같은 사람 되지 말자며 그저 지나칠 감정이니 그냥 쿨하게 넘어가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상대를 미워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 척을 했다. 나는 대인배가 되어야지. 내가 이해하고 참아야지. 안 그러면 미움의 감정이 나에게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괜히 진짜로 부정 탈까 봐.



두려운 이유를 좀 더 깊게 파헤쳐보면 '나는 너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너는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억울해 미치겠어.' 이게 핵심이다. 그래서 미워하지 않겠다고 나만 손해인게 싫어서 어른인 척 (대인배인 척)을 했던 것 같다. 미워하는 감정을 내 곁에 두기 싫었다. 그런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가는 건 찌질한뿐더러 아무짝에 소용도 없고 나만 억울하니까. 어떻게든 고개를 끄덕이며 미움의 감정을 억눌렀다.



근데 웃긴 건 아무리 미워하지 않은 척을 하면 할수록 그 감정이 점점 커져서 이상하게 튀어나왔다. 어느 날은 갑자기 분노라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와 씩씩 거리며 화를 내기고 했고, 또 어느 날은 자격지심과 열등감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됐다. 결국 척하는 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대인배는 무슨... 난 감정에 있어서 그냥 소인배 그 자체라고 인정했다.




그 사람이 미우면 미운 거다. 재수 없으면 재수 없는 거고, 좆같으면 좆같은 거다.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고 아닌 척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나는 그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어떻게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었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내가 무당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한다고 실제로 그 사람이 죽지는 않으니까.



미움이라는 감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미움을 어찌어찌 억누른다 해도 분노, 열등감, 자격지심 등등 비슷한 계열의 감정으로 어느 순간 나에게 돌아온다. 작든 크든 상대가 나에게 아픔을 준 사람이라면 미워할 수 있는 거다. 내 입장에서는 분명 가만히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격당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사람들이 상대를 미워하고 욕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며 내 마음부터 먼저 챙기라고 하는데 내 마음을 챙기려면 죽일 듯이 미워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후에 내 마음을 챙기는 게 맞다. 미움을 마음껏 토해내자. 상상 속에서라도 그 사람을 욕하고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시늉이라도 하자. 내 마음을 챙기기 위한 제일 기초 단계는 상대를 미워하는 일이니까.


포용,이해, 관대, 다 필요없고 진짜 솔직해지자.

미움 앞에서 소인배가 되면 어떠냐.




진짜 너가 욕 나올 정도로 미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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