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사과하지 마세요.
사과란 어떤 문제로 인해 상처를 주거나 받을 때 마음을 풀고 화해하는 과정이다. 근데 사과를 쉽게 하지 말라는 의미는 뭘까? 뻔뻔해지라는 소리인가?
보통 나는 내가 상대방에게 잘못했다고 느끼면 바로 사과하는 편이었다. 잘못의 정도가 100이 최고라고 하면 나는 10 정도만 돼도 사과를 했다. 그게 상대를 배려한다 생각했고 나도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사과를 굉장히 쉽게 했다. 근데 문제가 생기는 과정은 무조건적인 내 잘못인 상황을 제외하고 상대와 오해나 갈등에서 생기기 때문에 서로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 말라는 의미는 첫 번째, 큰 문제도 아닌데 내가 절절매면서 사과할 필요 없다는 뜻과, 두 번째 누가 봐도 상대의 잘못이 크고 상대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내가 먼저 굽히고 사과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미안함을 먼저 말한 사람은 죄책감을 느껴버리고 어느샌가 그 문제는 미안함을 먼저 말한 사람이 책임지게 된다.
먼저 사과하는 게 뭐 어때서? 내가 굽히고 들어가면 상대도 사과하게 되고 화해하고 해결되지 않겠어?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먼저 사과를 해버리면 상대는 어느샌가 나의 탓으로 문제를 돌려 버리는 심리가 생긴다. 그럼 앞으로 상대방은 나에게 사과를 먼저 요구할 거고 최악으로는 상대 본인의 잘못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버린다. (최악으로 가면 가스라이팅 당함)
너무나 쉽게 사과를 허용하지 말자. 나는 조금만 잘못한 것 같으면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친구가 그만 미안하라고 했을 때 깨달았다. 네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절절매면서 사과하냐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너한테는 막 해도 되는 줄 안다고. 어차피 네가 먼저 미안해할 걸 아니까.
그래서 요즘엔 한번 더 생각하고 사과한다.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그냥 내가 먼저 사과해 버리는 일은 이제 없다. 그게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줄 몰랐으니까. 요즘엔 잘못의 기준을 높여서 잘못의 정도가 50이 넘으면 그때 사과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더 잘못한 것 같으면 먼저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사과를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항상 남을 탓하고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에게 먼저 사과했을 때 그들은 나에게 엄청난 죄의식을 주입시킨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에게만 사과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