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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yun Jeong Jan 26. 2023

아이 키우기 어려운 나라

아이를 키우기에 돈이 정말 많이 드는 도시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던 문장이 있었는데, 겨울이 오니 부쩍 더 이 생각이 강해졌다.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나라이다.


언론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데 새삼스러운 문장이기도 하다. 저출생으로 많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음에도 해결이 좀처럼 쉽지 않은 건 역시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정말 해결책을 만들 생각은 있는 건가?)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교육은 둘째치고 노는 것부터 돈이다.

아이와 함께 놀고자 하는 부모에겐 세 가지 선택권이 있다.


1번, 키즈카페를 간다.

키즈카페를 가게 되면 2시간에 25000원, 보호자 입장료 각각 5000원씩이다. 자, 2시간을 위해 벌써 35000원이 날아갔다. 외부음식은 금하고 있기 때문에 커피나 음료를 싸 오긴 어렵다. 아메리카노 2잔에 아이 보리차까지 15,000원 정도가 추가로 지출된다. 밖에 나온 김에 밥 한 끼라도 사 먹는다면 1인 당 10,000원씩 30,000원이 추가 비용으로 든다. 주말 키즈카페 2시간+식사 1시간으로 8만 원을 소비하게 된다.


2번, 자연에서 논다.

겨울이 아니라면 자연에서 노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지이다. 자연은 돈도 안 들뿐더러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안정을 준다. 다만 자연은 모두가 좋아한다는 것이 문제다. 수도권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들은 날씨가 좋으면 모두가 밖으로 나온다. 기분 좋게 나왔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모두가 조금씩 여유가 없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켜야 할 매너'를 나열하느라 도끼눈을 뜨게 된다. 아무리 매너를 가르쳐도 아주 천천히 배워가는 어린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혹여나 아이가 잘못 행동할까 노심초사하느라 진땀을 뺀다. 그럼에도 자연은 좋은 선택지이다. 겨울만 아니라면.


3번, 국가의 재산을 이용한다.

아이를 키우기 전엔 관심 없었던 '박물관'들이 눈에 들어온다. 각 지역에 포진해 있는 어린이 미술관, 국립 박물관들은 넓은 공지를 썼을 뿐 아니라 시설도 굉장히 현대적이고 깨끗하다. 게다가 많은 곳이 무료 혹은 2-3000원 내외의 저렴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나에게도 좋은 곳=너에게도 좋은 곳. 공원처럼 수도권에 밀집해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공 박물관을 이용하는 것은 많은 수고로움이 든다.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해야 하고, 대체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전시/박물관은 한 달에 딱 한 번 수강 신청처럼 열리며 수강 신청처럼 마감된다.


그렇다면 돈 안 드는 산책이나, 놀이터를 가보면 어떨까?

아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려 해도, 인도가 잘 갖춰진 신도시 외에는 혹여 애가 내 손을 놓지 않을까 차를 피해 가며 노심초사하며 걸어야 한다. 신도시가 아니라면 지상 공원화 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도 방법이다. 최소한 아파트 내에서는 아이가 즐겁게 뛰놀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신식 아파트는 비싸다.


뉴욕에서 오래 살다 온 회사 선배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서울은 걷기가 어렵고 앉을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땐 걷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아이를 데리고 다니게 된 이후로 진심으로 공감된다. 서울은 걷기가 어렵다. 도심 속 자투리 땅을 이용해 만든 공원도 너무 자투리 땅이라 그런가 그다지 발길이 가지 않는다.(물론 아이가 있으면 이 자투리 공원도 감사하다.) 건물은 용적률을 채워 만드느라 도로와 인접해 직사각형으로 붙어 있고 벤치는커녕 인도라도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서울에서 어디 앉으려면 카페에 돈 내고 앉아야 한다.


너무나 다채로운 내 나라, 내 도시는 아이를 낳고 난 이후에 내 것이 아닌 듯하다.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음식점과 술집은 아이를 데리고서는 갈 수가 없다. 아이를 위해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초품아)나, 학원이 잘 짜인 동네로 이사를 준비하다 보면 내 돈은 한 줌 모래알 같다. 초품아가 아니거나 엄마아빠의 직장이 끝날 때까지 돌봐줄 학원가가 없으면 아이를 케어할 누군가가 집에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쉽게 예측 가능한, 양육에 큰돈이 드는 국가.

이 글엔 쓰지 않았지만 매우 긴 시간의 노동이 중시되는 나라.


어때, 지금도 애를 낳고 싶은가?


아이가 주는 무한 긍정 에너지도 있다. 아, 이 맛에 살지 하는 행복감도 있다. 그럼에도 아쉽다. 내 나라에서, 내 가족들과 일상의 기쁨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도시로 모일 수밖에 없다면, 걸을 수 있는 도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원과 잘 짜인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있는 도시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개인에게 주는 양육 수당은 주말 한 번 키즈카페를 용납하게 하지만 그런 돈으로는 아이를 낳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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