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맏딸 Sep 16. 2022

종용’s answer. 공부 말곤 콤플렉스 없던 사나이

아빠 인터뷰 19차__Q. 젊은 시절, 아빠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었나요?

      

종용은 언제나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했다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분위기를 들썩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나는 종종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자신감으로 꽉 차 있을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Q. 아빠, 20대 초반에 콤플렉스 같은 거 있었어요?     

     




나 김종용의 20대는 군 생활 초창기여서 늘 바쁘고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콤플렉스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염려들이 나를 움츠러들게 하긴 했다. 왜? 난 나보다 더 나이가 많고 더 오래 군 생활을 한 병장들에게도 명령을 내려야 했으니까. 부담감이랄까. 콤플렉스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건 있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다닐 적에 콤플렉스라는 게 좀 있었던 것 같다. 공부 때문이었다. 공부를 어찌해야 잘할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시험 기간만 돌아오면 ‘이놈의 인생이 왜 이리 고달플까.’하고 생각하곤 했다. 심지어는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군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를 해야 했다. 하사관으로 실력이 있으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다. 입대할 적에는 공부하기가 죽도록 싫어서 군대를 택했는데, 학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대원들을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공부하고 실험해서 대원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런 일 중에는 전방에 나가서 지뢰를 만지고 고쳐야 하는 위험한 일들도 허다했다.       





너무나 힘들 때는 끼리끼리 전방 뒤편 마을로 나가서 닭을 잡아서 백숙을 만들어서 한 잔씩 하면서 깽판을 치기도 했다. 가끔은 대원들 교육도 그냥 쉬엄쉬엄 시켜보기도 했다. 어떻게 늘 열심히만 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그 시절, 남들은 ‘꿈 많은 시절’이라고들 하는 20대. 나는 군 생활을 하며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군 생활을 병으로 지낸 친구들과 20대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할 말이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20대이던 나는 일반인 생활을 전혀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튼 나는 콤플렉스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뛰고 또 뛰던 신체 건강하고 건장한 군인이었다. 머리가 좀 나빠서 공부할 적에는 남보다 열 배는 더 노력했고, 특수 교육을 받을 때는 언제나 남보다 앞장섰다. 나름 상급자들로부터 인정도 받아 가면서 군 생활을 했다.


그동안 종용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얻어터졌다.’라는 말이었다종용은 눈빛만 마주쳐도 무서운 아버지살림을 꾸리느라 바쁜 어머니훈육이라는 핑계로 매를 든 선생님들에게 얻어터지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그러나 종용은 어떤 콤플렉스를 쌓아두기보다더 강한 자신감으로 콤플렉스가 생길 자리마저 채워버렸던 것 같다

             



     

☎ Behind     

군대에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그럼! 얼마나 시험을 많이 보는데.

게다가 군대가 경쟁심이 되게 강하잖아.

뒤처지지 않으려고 남보다 배로 노력했지.

그래서 남보다 3-4년 빨리 진급했고, 

상급자한테 인정도 받아서

상사가 돼야 할 수 있는 중대 행정관을 

중사 때 하는 영광도 누려봤어. 

전혀, 몰랐네요.

나는 거의 잠을 안 자다시피 하고 공부를 해서 

1등 아니면 2등 정도를 했어.

김포에 근무했을 때도 포항에 있는 해병대교육훈련단에 가서 

나하고 비슷한 기수들, 진급 대상자들이랑 교육을 받았거든. 

전술학, 화생방학, 포병학, 공병학 이런 것들. 

주관식 문제가 많으니까, 제시간에 쓰려면 달달달 외웠지. 

토요일 오전에 평가가 있으면,

목요일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안 자고 공부한 다음에

토요일 낮부터 일요일까지 자고 그러기도 했어.

집에는 두 달에 세 번 정도 가고.

그래서 초급반 1등, 중급반 1등, 고급반 2등, 상급반 1등 그렇게 했어.





그게 정확히 기억이 나세요?

그럼 기억이 나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셨다는 건 몰랐어요.

군대에서도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해. 

내가 어느 정도 성적을 따놔야.

진급 심사 때 큰소리를 칠 수 있으니까.      

근데 그렇게 열심히 하셨다는 걸

왜 제가 어릴 땐 한 번도 얘길 안 해주셨어요?

느그들이 믿어주지 않을까 봐.

예?

맨 술만 먹고 다니는 아빠. 

큰소리만 치는 아빠.

그렇게만 생각하니까, 

내가 아무리 군대에서 1-2등 해서 표창을 받아도

느그들이 그거를 인정해주질 않잖아.

아니 무슨, 알아야 인정을 하든가 말든가 하죠.

한 번도 얘기해 주신 적이 없는데.

우리(아빠 엄마)가 많이 싸워서 너희들한테 신용이 깎였잖아.

그래서 아예 그런 말을 할 생각을 안 했어.   


                

본 게시물의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용’s answer. 20대는 낙하 훈련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