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작가의 독후감
책 소개를 위한 북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한다.
매달 4명의 작가를 인터뷰하는데
대부분 첫 책을 낸 신인작가들이다.
2주 전,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작가가 있었다.
촬영은 오후 3시부터라
나는 30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되겠지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함께 사무실을 쓰는 다른 분께
전화 연락이 왔다.
"감독님, 촬영하러 오셨다는데요."
혹시 내가 시간을 착각했나?
아니다. 한 시간을 일찍 도착한
정경숙 작가는 내가 촬영장비 세팅을
하는 동안 차분히 앉아있었다.
쇼핑백에 세 벌의 옷을 담아가지고 온
40대의 여성분이셨다.
"어떤 옷이 잘 어울릴까요?"
나는 원래 입고 있는 의상을 권했다.
그것이 제일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을 마치고 북트레일러가 나간 후,
출간된 책을 받아보았다.
원래 입고 있던 옷으로 촬영하길
잘했다 싶다.
정경숙 작가의 글은 평소 입던 옷처럼
자연스럽고 그의 소소한 일상이
감동 있게 묻어났다.
책을 쓰기 위해 4년 간 고군분투하면서
매일 아침 도서관에 출근했던
작가는 계절이 지나는 것도 잊고 읽고 썼다.
비교적 단 시간에 책을 출간한 나로서는
그의 글을 읽으며 부끄러웠다.
윤동주 시인도
시가 쉽게 써지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책을 내기 위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글을 쓸 수는 없는 법.
작가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10페이지를 썼다.
책을 쓰기 위해 매일 새벽 4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남편에게 책 쓰기 컨설팅 수업을
듣기 위해 500만 원을 받은 이야기는
참 눈물겨운 에피소드였다.
작가의 꿈을 위해 4년 간 천 권을 읽고
5년이 지나 드디어 책이 나왔다.
정경숙 작가의 책은 책 쓰기 책이지만
꿈과 사랑 쓰기에 관한 책이다.
앎과 경험이 적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옆집 언니.
참 멋지다.
작가의 꿈을 꾸는 옆집 동생을 위한
마음으로 쓴 책이 널리 읽히길 빈다.
기교는 적지만 진심이 담긴 글이
마치 내공 깊은 주부가 끓인
된장찌개를 맛본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