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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27. 2024

8남매의 단체방에 초대되었다.

작년 5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동생의 결혼식이 끝나고, 외가 친척들이 모여있다는 카페로 향했다. 이미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기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나를 향해 신나서 손을 흔드는 이모, 이모부 삼촌들이 있었다. 엄마의 형제는 8남매다. 엄마를 비롯한 여자 형제는 6명, 남자 형제는 2명, 이모부와 외숙모들까지 합하니 20명 남짓의 인원이 모여있었다. 저분들이 언제 저렇게 나이가 드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어른이었던 친척들은 어느새 내가 나이 먹은 세월만큼 늙어가고 계셨다. 


" 우리 가이드님 오셨네?"

" 아직 가겠다고 말 안 했어요. 이모"


나랑 제일 친한 이모가 나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 외가 친척들은 부부동반 모임으로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부만 8쌍에 어린 친척 동생들까지 포함하면 24명의 인원이었다.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럽기는 하다. 나는 6년간의 국내여행 가이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가이드를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몇 년 전 엄마 아빠와 갔던 중국 여행에서 다시는 어른들과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의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두 분도 힘들었는데 엄마,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 친척 어른들을 모시고, 그것도 3박 4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온다는 것은 앞길이 뻔히 보였다. 


이런 걱정과 고민에도 결국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가족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제주도 여행 가이드를 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환갑의 나이가 되도록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외삼촌과 외숙모 때문이었다. 잔뜩 기대에 차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이모 삼촌들을 보자니 거절을 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제주도는 내가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매년 1번씩은 방문했던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를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소개할 있는 기회가 누구나 가질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온 평일, 회사에서 평소대로 일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연속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읽지 않은 단체 대화방의 수는 금방 100개가 되었다. 8남매의 단톡방에 초대된 것이다. 이제 무를 수 없으니 모두를 만족할만한 여행 코스를 기획하는 수밖에 없다. 잔뜩 신나서 메시지를 보내는 어른들을 보니 그분들에게 꼭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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