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대신 침
나는 자랄 때
마르고, 잔병치레가 잦았다
몹시 아프고 난 뒤
엄마에게 슬며시 물었다
“난 왜 이리 자주 아플까?”
“너 낳고는 젖이 잘 안 나왔지”
“…그래서?”
“생쌀을 씹어, 미음처럼 먹였단다”
아, 그랬구나
내 몸을 살린 건
젖이 아니라
엄마의 침이었구나
엄마의 지난한 사랑이었구나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음식 탓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음식은 다 맛있었다
침만 잘 섞어, 오래 씹으면
맛이 살아나는 걸 아니까
침은 일등 요리사
침은 소화제
침은 면역주사
침은 활력소
침은 내 운명
침은 사랑
아, 지금도
침이 나온다
사랑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