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게, 따스하게
아주 아주 먼 옛날
우리는 다 같은 형제였습니다
하나의 세포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들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말자고요
우리 숨 한 자락
우리 폐 한 공간에서
손님으로,
초대하지 않은 손님으로
잠시 머물다 가도록
우리는 폐활량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는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 가슴으로 왔다가
같은 형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물러나도록
우리 숨 한 자락
기꺼이 내주어야 합니다
지나가는 거지한테도
먹던 밥 한술, 덜어주는 게 도리거늘
우리 폐활량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 가슴과 어깨를 활짝 펴야 합니다
그게 그들이 한사코 우리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참된 이유일지 모릅니다
손님으로 맞읍시다
코털 흔들며 반갑게 맞읍시다
우아한 부비동 동굴 구석구석 안내하면서
따스하게 맞읍시다
기꺼이, 제 발로 물러가도록
*부비동: 콧구멍과 연결되어, 우리 얼굴 뼛속에 있는 동굴 같은 공간. 이마굴, 나비굴, 벌집굴, 위턱굴로 나뉘어 여러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