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좀 참고....
진심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금방 나의 경험이 떠오르고 금방 해주고 싶은 어쭙잖은 충고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목구멍에서 나가고 싶어 죽겠다며 요동치고 있는 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는 누군가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재다능한 해결사가 되는지 모른다.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다. 그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때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해결사를 자처해서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는 사람이 원하는 건 조언이 아닌데 말이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과 어려움이 있다. 그런 일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말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해결책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받고 싶어서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위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가 맞아.
나는 늘 네 편이야.
정말 힘들었겠다...
정말 속상했겠다..."
그 사람의 마음과 처지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이고 진정한 공감이다. 나의 경험과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충고는 잠시 잊어버려야 한다. 설사 그 충고가 적절하더라도 말이다. 누군가에 말한다고 해서 그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하소연하면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하고 해결책을 찾게 된다. 그저 들어주기만 했을 때,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지지해주기만 했을 때, 해결되는 것이다.
신경정신과를 찾으면 담당의사는 질문하고 들어주는 게 전부라고 한다. 말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억눌렸던 감정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말하는 것만으로 맺힌 한이 풀리고 치유된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우린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잘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말할 때도 그저 아이가 그 순간 느꼈던 감정에 공감해주면 되는데 얼마나 많은 훈수와 가르침으로 이어지는지 모른다. 그게 아직은 미숙한 내 아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끝까지 듣지 못하고 끼어들기 바쁘다.
누군가가 내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준다면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난 아직까지 내 말에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들어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지금까지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에게도 '잘 들어주는 사람' 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 부끄럽고 안타깝다. 늘 '끝까지 들어주리라' 다짐하고 만났지만 실패였다. 들어주는 척하다가 결국은 내 경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대화 주체가 나로 순식간에 바뀌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늘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나를 드러내고 나타내고 싶어 한다. 듣는 것보다 내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신이 난다. 가만히 듣기만 하며 그 사람의 감정에 몰입하고 질문까지 던져주는 지경에 다다르려면 내공이 정말 많이 필요한 듯하다. 우리는 좀 들어줄 용기가 필요하다.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너무 내 얘기가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더라도 좀 들어주자.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에게 완벽하게 집중하고 몰입해주자. 공감해주고 지지해주자. 그럼 내 주변에도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말하는 건 쉽다. 듣는 건 어렵다. 쉬운 거보다 어려운 걸 해보자. 그럼 어느새 나 자신이 단단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경청 #대화 #진심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