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시간을 즐길 용기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나를 만날 수 있다

by 쓰는핑거



일주일이 빽빽하게 바빴던 날들이 있었다.

매일매일 약속이 있어서 '하루만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실할 정도로 만날 사람이 가득했고, 그 만남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다 보니 스케줄이 꽉 찬 일주일이 쉴틈 없이 더 바쁘게 돌아갔다. 그게 대단한 모임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들과의 소소한 만남이었다. 첫째 아이는 첫째답게 많은 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첫째 아이와 알고 지내는 친구들의 엄마들로 시작해서 둘째 아이 엄마들 모임... 어느새 훌쩍 큰 셋째 아이의 엄마들 모임까지 생겨버리니 정말 바쁘고 만날 시간이 되지 않아서 놓친 만남들도 많아졌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엄마들을 만나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혼자 있을 용기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엄마들과의 만남은 늘 즐거웠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두고 담소를 나누며 즐기는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다음 코스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었다.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 허락되는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지는 즐거운 만남의 장이였다. 아이들 이야기, 엄마로서의 어려운 숙제들.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는 처음 만났어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만나면 만날수록 더 친밀함을 느꼈다. 우리가 "엄마"라는 이유로 말이다. 서로의 모습에서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위안을 얻기도 하고 , 나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 도전을 받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즐겁고 기대가 되는 설렘도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큰 유익은 없었던 듯하다. 그저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맛집을 찾아다니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의 소소한 재미일 뿐,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노동이었다. 지치고 에너지 소비도 많았다. 이 수다나 떨고 있는 것도 은근 에너지 소비가 높은 일이라며 서로 웃어댔다.




서로의 말을 듣고 내 행동을 조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다른 이야깃거리들을 찾고 또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드러내고 조심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작은 노동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자리를 줄이고 싶었지만 그럼 어쩐지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고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허락하신 모든 만남과 모든 자리를 지켜나갔다. 내가 만나는 다양한 엄마들과의 교류로 인해 아이들도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품앗이 육아가 이런 것이구나 싶게끔 육아하는데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모든 만남이 중단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중단되고 단절된 관계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듯하기도 하다. 그렇게 무리 속에 어울려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만날 시간이 전혀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혼자 있게 되다 보니 나를 더 만나고 나를 더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무슨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런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블로그 관리와 글 쓰는 시간이다. 그리고 좀 더 예를 들자면 신문 읽기와 책을 읽는 시간이다. 예전처럼 그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만남들 속에 있었다면 도무지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집중해서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다짐들을 떠올려 보며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고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쓸데없이(?) 다른 사람에 집중하느라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을 가지기 위해선 혼자 있을 용기가 필요하다. 혼자 외롭게 고독하게 있을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새로운 자극도 받는다.




분명 교제를 나누는 시간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시간에서 분리되어 나를 온전히 만나는 시간이 너무나 필요하고 유익하다는 말이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만남의 자리도 역시나 좋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자리보다 조용히 나 혼자 지내는 시간들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고 그런 시간들이 두렵지 않아 졌다. 조금은 혼자 있을 용기, 세상과 떨어져 있을 용기가 생긴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고독하게 외롭게만 볼 것이 나를 지치게 하는 세상 속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진정한 나를 만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보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반하는 사람이 되고 혼자 있을 때에도 빛이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독이 주는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 주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맛보고 세상과 떨어져 혼자 있을 용기로 오늘도 더 멋진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기도한다.



#고독 #용기 #교제 #만남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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