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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포 Jan 23. 2023

건강한 먹거리 생산자의 실천기록 2

내가 먹고 있는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나요?

여름엔 여러 가지로 걱정스러운 계절입니다.

온도가 높아진 만큼 부패균들도 활성도가 높아졌고 과수원에서는 아무래도 곤충과 균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임이 틀림없습니다.

7월이 지난 8월부터는 먼저 자란 귤들을 솎아 내며 풋귤 선별 작업을 진행합니다.

유기농보다 무농약이 더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며 무농약인증을 유지해야겠다고 했으나 최근 유기농에 대한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습니다. 농사는 같은 방법으로 짓더라도 인증의 차이가 가치의 차이를 만들기도 하므로 저도 유기전환을 신청하였고 2년의 유기전환 기간을 거친 후 최종 유기농 인증을 받게 됩니다.

풋귤로 출하되는 감귤은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만 가능하며 먼저 크게 자란 일부 감귤을 주문량만큼만 수확하여 더워지기 전 오전에 작업을 완료합니다. 농부도 여름 한낮 더위는 피해 휴식을 가져야 하니까요.

9월 말이 되면 높이 있는 감귤부터 색을 내기 시작하며 이젠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익어가는 시간으로 접어들었다며 나무가 안내하는 듯합니다.

노린재가 무차별로 감귤을 찍어 빨아먹기 시작해 낙과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크게 몇 가지로 나뉘는 감귤열매의 병은 사실 우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생물을 활용한 방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곤충의 피해는 자연농을 유지하며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꽤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부분입니다.

10월 이제 제법 우리가 알고 있는 감귤을 닮은 모습으로 맛이 궁금하여 하나 까서 먹어보았더니 기대와 다르게 아직 많이 새콤합니다.

제주 노지 감귤은 크게 극조생귤과 조생귤로 나뉩니다. 물론 만생귤도 있지만 일부 농가에서만 재배하고 있답니다. 극조생감귤은 10월 초부터 출하가 가능한 감귤로 일반적으로 감귤이 나오는 시기보다 약 1달에서 1달 반정도 빠르게 수확이 가능하게 개량한 품종으로 일남일호, 유라조생, 유라실생등이 있습니다.

새콤한 맛이 강한 품종들로 빠르게 감귤을 드시고 싶은 분들이 찾지만 아쉬운 것은 보관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조생귤은 대부분의 농가에서 재배하는 품종으로 궁천, 흥진 등의 일본 품종과 견주어 국내에서 개량한 하례조생품종도 꽤 재배농가가 있습니다.

생김새도 약간 다르고 맛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감귤은 어떤 땅인지가 맛을 좌우한다고 보아도 될 만큼 중요해서 같은 품종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혹은 농부의 농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내어 어떤 감귤은 맛이 있고 어떤 감귤은 심심한 이유가 바로 땅과 농부의 농법 그리고 품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수원은 온통 여뀌풀로 가득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11월이 돌아와 이젠 온전한 감귤의 모습으로 이때까지 10개월의 여정을 달콤한 과실로 맺을 시기인지 매주 확인합니다. 감귤이 열매를 맺고 이때까지 내린 강수량은 감귤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2022년은 가을가뭄으로 감귤 맛이 다른 해보다 찐하게 나타났는데 과수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만 밭농사는 무척 힘들어하였습니다. 또 겨울에 많은 비와 눈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말은 감귤을 수확해도 되는 맛이 나는 시기로 알면서도 놓치지 않으려 매주 먹어보는 감귤만도 제법 되겠지만 이렇게 시기가 된 감귤의 맛은 농부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11월 마지막 주말부터 이어지는 수확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점으로 판매를 대부분 완료하는데

2022년은 시판되는 어떤 퇴비, 비료, 농약 (친환경 유기인증자재포함)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더욱 걱정스럽고 기대되는 해였지만 다행히도 감귤맛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나무도 무리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농법연구를 통해 봄철 더뎅이병과 가을 흑점병, 노린재, 깍지벌레, 그리고 말벌-올해 말벌이 두 개나 귤나무에 집을 지어 덩굴제거하며 역시 두 번 몇 방씩 말벌에 쏘였습니다. 처음 쏘였을 때는 호들갑을 떨며 제법 아팠지만 두 번째는 3방 쏘였지만 뭐 그럭저럭 넘어갔습니다. - 의 습성을 조금은 알아가는 과정을 가질 수 있어 2023년도는 더 나아진 농법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12월 23일~25일 많은 눈이 예보되었고 그 눈으로 인해 나무에 남겨진 감귤은 더 이상 먹거리로의 가치를 잃어버린 듯하였습니다. 이 또한 배움의 연장으로 감귤즙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목표는 내려놓았지만 작업시기는 터득한 셈이 되었지요

2023년의 감귤은 또 어떤 맛과 향 그리고 모양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어쩌면 당연한 먹거리인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 농사짓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하여 매월 감귤 농사의 기록이 2번 남겨질 것이고 그것은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 밤 12시에 업로드될 것입니다. 무엇이 바쁜지 1월 첫 번째 기록은 벌써 마감기한을 넘겼네요.

24번의 기록으로 건강한 감귤과 그 외 농산물의 생산되는 과정을 담아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기준에 대해 과정도 있다는 사실을 살짝 건네드리려 합니다.

2023년 제주에서 보내는 고집스러운 귤 만들기 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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