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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Mar 26. 2022

나도 '진짜 어른'이 되어야겠다.

[서평]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다. 자녀의 명성에 빌붙어 산다는 오명을 듣기도 했고, 개인의 성공을 위해 나라의 부름을 져버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 역시 이러한 세간의 평가를 가감 없이 믿었다. 하지만 손감독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보니, 그의 지난 말과 행동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아.. 이래서 어른이구나..' 하는 깊은 탄성마저 흘러나온다. 아무나 부모고, 아무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말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울려온다.


Q: 교육이란 무엇인가?
A: 나는 교육이란 말에는 '가르치다'를 넘어 '기르다'란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 p. 32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관심 커지기 시작한다. 교육이란 어떤 의미일까? 좋은 학군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비싼 과외를 시켜주고, '공부해야 성공한다'며 수없이 채찍질해대는 것, 그것이 올바른 교육일까? 이 질문에 대해 손감독은 먼저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모든 일에 앞서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자세'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다음 한마디에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숙고한, 그의 삶의 철학이 엿보인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Q:  부모의 기본은 무엇인가?
A: 난 분명하게 자유를 주었으나 무한정의 자유를 준 건 아니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방목했으나 방임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유를 연료 삼아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안에서 찾아낼 수 있도록 돕고 기다렸다.


요즘 어린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유치원을 나서면서부터, 영어, 미술, 음악, 체육 등 어른들 보다도 더 빡빡한 하루 일과를 살아간다.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잠깐의 여유시간에는 골방에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한다. 여유 없는 아이들이 힘들어 보이지만, 분명 부모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혹시라도 원망하지 않도록, 부족한 살림을 쪼개고 쪼갰을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올바른 방향일까?


손감독이 말한 방목과 방임, 그리고 '자유'라는 키워드는 분명 의미 있게 다가온다. 다만, 그 경계를 구분 짓기 참 어렵다. 난 예전부터 말해왔다.


"영어 조기교육이나 남들 다하는 학원들 다 필요 없고, 책 읽는 습관 길러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다가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도전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지원해주는 게 맞다. 세상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거 아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어렵고, 그걸 아는데 책만큼 빠른 길이 없다."

 

솔직히 겉멋이 들어서 인것도 맞고, 나 중에 닥칠 일이었기 때문에 당돌하게 이런 말 할 수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하니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자유, 방목, 방임,  이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부모의 기본을 잘 지킬 수 있을까?  


Q: 부모답게 행동했는가?
A: 흥민이가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후에 여러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흥민이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은, 혼자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는 것이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위안을 얻는다. 나는 부족한 아비일지언정 최소한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보여왔다고 자부한다.
- p. 144


아무리 좋고 옳은 말로 가르치고 훈육한다 해도 부모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에 앞서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감독은 참 지혜로운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 깊다. 그는 손흥민이 '책을 좋아하는 축구선수'라 불리기를 원했다. 그의 원함, 역시 행동으로 표현되었다. 그는 지금도 1년에 책을 100권 가까이 읽고, 매년 좋은 구절을 발췌하여 아들에게 권고 있다.


그의 말, '부모로서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자부할 수 있다' 그 한마디는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문득, 나의 아이들에게 비칠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막막히 두렵고 조심스러워진다.


Q: 부모로서 앞으로의 내 역할은?
A: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선다. 매일매일 조금씩 물러선다. 그 한계선 너머에 있는, 그곳에서 오롯이 존재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 P. 259

 

 첫째 아들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가정을 이룬 아들에게 그들이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집에 찾아가지 않는다. 할 말은 전화로 하고, 만나야 하면 밖에서 만나고, 밥을 먹어야 하면 식당에 간다. 내 집 드나들듯 출가한 자녀에 집에 찾아가면, 나도 모르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온전히 한 가정으로 완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축구 시즌이 시작되면, 손흥민 선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그지만, 평소에는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네가 은퇴하면 아빠는 조용히 산속에 가든 뭘 하든 아빠 알아서 살 거니 신경 쓸 필요 없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은 참으로 깊고, 어렵다. 자녀에게는 관리하고 통제하기 쉽게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둬두는 심한 간섭도, 여기가 어딘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방치하는 방임도 지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하지만, 자녀 스스로 일어서도록 독려할 필요도 있다. 그저 믿고 응원하고 지켜보는 조력자, 버팀목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감독이 성인이 된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참 의미가 깊다.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울 수 있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큰 부모 밑에 있었게 때문에, 손흥민 같은 훌륭한 선수로 크게 키워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감독의 책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한 문장 한 글자에서 그의 진지함과 진솔함이 양껏 묻어난다. '기본'이라는 화두에 걸맞은 담백함, 간결함, 균형감이 참 알맞게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과연 나는 어떤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내 생각, 내 행동, 내 믿음, 내 삶의 철학에 대해 멈짓 멈짓 사유하게 된다.


나도 내 삶의 주인으로써, 올바른 부모로서의 진짜 '어른'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아로새겨진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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