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음챙김
나는 '명상' 또는 '마음챙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때는 '명상과 마음경영'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수행 일지를 적었다.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천안의 '호두마을'이라는 명상센터의 명상 코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알듯 말듯하고, 도움이 될 듯 말듯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명상 수행'에 대한 열의가 차츰 사그라들었다. 거기에 대학원 과정, 취업 준비에 고군분투하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명상'이라는 단어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길고 길었던 그~ '준비 과정'을 거쳐, 계획했던 목표들이 하나 둘 달성되면서.. 다시금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나는 '늘 행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치심'을 일으키는 실수들이 빈번했고,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에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담마 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는 '위빳사나 명상'코스였다. '담마 코리아'는 지금은 돌아가신 고엔카라는 분이 만드신 비영리 명상센터의 한국 지부이다. '담마 코리아'에서는 초보 명상가를 위한 10일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종교적인 색채를 최소화하고, 명상의 실천적 수행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모든 참가 비용이 '무료'라는 특징도 있다. 이 10일 코스를 참가한 이후에 명상에 대한 이론적 지식, 수행법에 대해 보다 깊이 배웠고, 실제 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명상에 대한 열의와 노력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당시에 느꼈던 '명상의 힘'이 점점 옅어지는 시기(바로 요즘)가 찾아왔다.
이러한 시기에 아주 '운'좋게 접하게 된 책이 사우나 사피로 박사님의 '마음챙김'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바로 명상 자체에 대한 '친근함'과, 이미 알고 있다는 '자만심'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드는 마음은 하나였다. '이 책은 엄청나다!!'
역경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대응한다. 자기 판단과 수치심에 휩쓸려 자신을 공격하거나, 자존감을 높이려고 합리화와 격려의 말로 실수를 덮는다.
- 마음챙김, p.122 -
여러 가지 유익한 지식과 실천 방법들로 꽉꽉 가득 차 있었지만, 내게 가장 강렬한 찌릿함을 준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명상 수행을 통해 배운 핵심은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호흡을 관찰하는 '아나타나' 수행 또는, 실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위빳사나' 수행이 전통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실제 적용에는 뭔가 아리송한.. 그 무엇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아리송함 들을 제대로 명료하게 바꿔주었다. 대표적으로 앞서 소개한 문장인데,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사람들은 두 가지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바로 '자기비판'과 '자기 합리화'이다. 사실, 나 또한 이러한 방어기제를 늘 작동시켜왔고, 이것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비판'이 있어야, 반성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자기 합리화'가 되어야 자존심을 다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러한 방어기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다만 이들을 일으킨 원인의 발생 확률을 낮춰주는 것이 '명상' 또는 '알아차림'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소위 '대응'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명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뭐.. 그렇게 이해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명상의 제대로 된 장점을 누리진 못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올바른 '태도'와 '방향'을 지니고 수행한 것이 아녔기 때문이다.
수치심과 자존감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 마음챙김, p.123, 128 -
이 책에서는 '자기비판'과 '자기 합리화'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먼저 '자기비판'에 대해서 논하는데, 이때 동반되는 감정이 '수치심'이다. 보통 일이 틀어지면, 우리는 자신의 단점과 불완전함을 탓하면서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이 수치심이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으로 이어지며, 이런 태도가 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할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수치심을 느낄 때, 기억과 의사 결정과 감정적 대응을 관장하는 영역인 편도체에서 노르이피느프린과 코스티솔이 마구 분비된다. 이 두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높이고 감지된 '위협'을 제대로 못 보게 하며 인지적 유연성을 억제한다. 즉, 우리가 부정적 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뇌의 학습 센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자기 합리화'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자기 계발서 분야는 자존감 강화를 이한 훈계와 구호로 넘쳐났다. 난관에 부딪쳐 회복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학교에 쏟아부었지만.. 이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지도 않고 건전한 접근법도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즉, 기존의 명상수행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바르지 않은 '태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또한, 근본적 '태도'의 문제로 인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을 친절히 대하도록 배운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성장기회로 보려는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낀다.
- 마음챙김, p.130 -
그렇다면, '명상'의 제대로 된 이점을 누리기 위한 '태도'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언급하는 '태도'는 바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비'이다. 우선 '자존감'과 '자기 자비'의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다. "자존감은 자기 가치를 입증하는 데 어떤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자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가치를 인정한다"(p. 128).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가치관이 불안정해서 주변 상황에 따라 출렁거린다. 다시 말해,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자기 합리화'는 일시적이며, 특정한 상황에서만 그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자기 자비는 한결같다. 우리가 실패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늘 든든한 친구처럼 친절하고 다정하다. 즉, 자존감보다는 자기 자비의 부드러운 손길이 통뼈처럼 단단한 투지를 길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자기 자비'의 '태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 곤경해 처한 친구에게 호의롭게 말하듯 자신을 대하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날 선 비판과 비난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만 입힐 뿐이다. 이러한 상처는 자기 방해로 이어지며.. 이렇게 악순환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기존의 내 명상 수행이 효과적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 '자기 자비'의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명상 수행'을 지속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의 베이스라인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