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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Jul 17. 2022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서평] Make Your Bed

침대부터 정리하십시오. 
- Make Your Bed,  멕레이븐 -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좀 난감하다. 멋진 말을 하고 싶지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말만 떠오른다. 그런데 조금 참신한 대답을 한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해군, '멕레이븐' 장군이다. 


"침대부터 정리하십시오" 

그의 대답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하고, 음미하고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많은 경험과 지혜가 함축된 말이라는 생각이다.




매일 아침마다 침대를 정리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그날의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한 것입니다. 그 일은 얼마간의 자부심과 함께 다른 임무도, 또 다른 임무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하루가 끝날 즈음, 그렇게 완수된 하나의 임무는 다른 수많은 임무의 완수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침대를 정리하는 일은 삶의 작은 일들이 실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르쳐 줄 것입니다. 
- Make Your Bed, p. 111 - 


이 글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말일까? 작은 성취를 모아가라는 것일까? 늘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라는 것일까? 핵심은 마지막에 있다. "침대를 정리하는 일은 '삶의 작은 일'들이 실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르쳐 줄 것입니다." 바로 이 문장 말이다.  


최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었다. 유명한 책이지만, 제대로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뭔가 근엄하고 심오한 말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예상외로 평범한 내용이 많다. "활을 쏘았다"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는 왜 이런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을까? 이러한 '삶의 작은 일'이 그에게 왜 그리 중요했을까?


이번 글의 처음에 언급했던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에 대한 나의 대답은 '행복'이었다. 행복하게 살아야지, 행복하기 위해 살아야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사실 이 말에는 '행복'이 '삶의 목표'라는 속뜻이 담겨있다.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감수하고, 참아내야 한다는 우리의 '상식' 말이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우리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행복의 기원'을 인용하여,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톱스타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를 여럿 보게 된다.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들의 선택이 좀 의아하기도 한다. 아마도 더 높은 것, 더 멋진 것 만을 추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전만큼 또는 이전보다 더 큰 '행복'이 기대되지 않으니, '삶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즉, '행복'을 '수단'이 아니라 '목표'로 삼은 것이 문제였다는 말이다.


멕레이븐과 이순신, 이 두 명의 해군 장군은 '삶의 작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삶의 큰 일'을 위해 인내하고, 견뎌내야 하는 과정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기 '수단'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써 의미를 두었다는 말이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활을 쏘면서',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매일의 '작은 행복'을 꺼냈다. 거대하고 원대한 목표로써 '큰 행복'을 바라지 않았다. 매일의 '작은 행복'을 그들이 생을 살아낼 수 있는 '버팀목'으로 삼았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하루들이 모여, 위대함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행복하며 살았기 때문에 위대해 졌다는 말이다.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가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37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과 통찰력이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 저자와 이순신 장군의 공통된 '맥'을 찾을 수 있어 마음이 즐거웠다. 수백 년의 격차에도, 전혀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도, 서로 관통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 새뭇 놀라울 따름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저자가 전한 '침대부터 정리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좀 더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단순하게 침대를 정리하라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행복'을 꺼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주어진 생을 잘 살아가라는 충고이기 때문이다.  


Make Your Bed 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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