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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Jul 24. 2022

외롭지 않게 사는 법

[서평]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이다음에 내가 아이들을 결혼시키면 난 절대 아이들이 오늘 걸 기대하지 않겠다. 내 일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 내가 그들을 기다리는 대신 그들이 오고 싶어 하는 그런 집을 만들겠다.
-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p.123 -


나에게는 딸 둘이 있다. 첫째는 말문이 텄고, 둘째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딸들 재롱에 아빠 미소를 자주 짓게 된다. 그러다 문득 깜짝 놀란다. '벌써 이렇게 컸나?' 싶을 때가 많다. 이 속도라면, 불쑥 사윗감을 데려올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든다. 벌써 아빠의 질투가 생기는 것 같다.


나도 부모가 되어가나 보다. 요즘 들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느낀다. 다행히 부모님은 모두 건강하시다. 가까이에 살고 계셔서 자주 뵙는다. 부모님이 나와 아이들이 오늘 걸 기대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와 아이들은 부모님 집 가는 걸 좋아한다.


우리 부모님 집은 저자가 말하는 '그들이 오고 싶어 하는 그런 집'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들은 거의 매주 부모님 집에 간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참 좋아하고, 나와 아내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때문이다. 보통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자주 좀 와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식들과 손자들이 와서 당신과 놀아주는 것이 유일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요즘 이들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다. 기쁜 마음으로 가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반발심만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 우리 부모님도 나와 아이들을 오매불망 기다리실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님께는 외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두 분이 알아서 즐겁게 사신다. 매일매일 바쁘시다. 함께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도 자주 가신다. 분명, '외로움을 없애는 당신들만의 비법'을 갖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없애는 비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큰 소리로 혼잣말하는 노인들이 있다.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이 없는 그런 대화다. 너무 외롭기 때문이고 말이 고팠기 때문일 것이다. 듣고 보면 별 내용은 없다. 그렇게 기피 노인이 되는 것이다.


말은 상대를 필요로 하지만 글쓰기는 상대 없이도 가능하다. 돈도 들지 않는다. 글을 쓰면 외로울 시간이 없다. 자꾸 관심 분야가 넓어진다. 자료도 찾고 메모도 하고 질문도 하게 된다. 자기가 아는 걸 떠들면 기피 노인이 되지만 자신이 아는 걸 글로 쓰면 존경도 받을 수 있다
-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p. 125 -


절대, 기피 노인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노년에 외롭지 말아야 한다. 외로움을 없애는 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비법으로 제안한다. 은퇴를 해도 꾸준히 할 수 있고, 덤으로 존경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은퇴 후의 나를 상상해본다. 사업을 시작할 생각은 없다. 농사를 짓거나 산악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은 성격이니, 그냥 주~욱 집에 있을 것 같다. 왠지 자식들만 기다리는 보통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 내게 저자의 비법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간 경험했던 것, 공부했던 걸 글로 옮겨 책으로 내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런 말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실업의 정의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노하우를 팔릴 만한 지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 그 글 글로 써서 책으로 엮는 것이다." 책을 쓰면 실업자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좀 멋지게 '작가'라고 불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재주가 뛰어나지 않으니, 미래의 나에게도 '작가'라는 타이틀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쓴다면, 노년에도 외롭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내 딸들에게도 내 집이  '그들이 오고 싶어 하는 그런 집'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난 우리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지금도 '내게 여전히 포근한 그런 집'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경제 형편도 한 몫했을 것이다.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참 알뜰이 노후 준비를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로움을 없애는 당신들만의 비법'을 가지고 계신 것이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내 딸들에게 우리 부모님 같은 아빠, '그들이 오고 싶어 하는 그런 집' 만들어 주고 싶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기는 하다. 거쳐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중요한 비법 하나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꽤 찮은 노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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