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머의 마법
설탕 한 스 푼이면 약도 술술 넘어간다
유머의 마법, p.151
사실 나는 '유머'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표정'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요즘의 난 어릴 때보다 잘 웃지 않고, 잘 웃기지도 못한다. 왜 난 이렇게 변했을까? 아마도.... '체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통적 가치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바로 그.. 남들에게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는.. 뭐 그런 이유들... 그런데 이 책 '유머의 마법'은 이러한 '고리타분함'에 따끔한 경종을 울려 주었다. 어느 책에선가 "결국은 인간관계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좋은 곳에 취업을 하려면, 화려한 스펙과 경력이 당연히 중요하다. 제출한 기획안이 선정되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논리적인 설득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만족되더라도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상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유머'가 이러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설탕 한 스 푼이면 약도 술술 넘어가는 것"처럼 유머 한 마디가 '관계'의 질을 마법처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머 감각이 있는 관리자는 부하직원에게 23퍼센트 더 존경받고, 25퍼센트 더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고, 17퍼센트 더 친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머의 마법, p. 40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다니는 이곳에도 유머 감각이 있는 관리자가 몇 분 계셨다. 예전 센터장님은 이메일로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를 몇 번 내렸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었다. 지금 되짚어 보니 바로 '유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예를 들면, 'oo 한 업무를 급히 처리해야 합니다. oo시까지 초안을 보내 주세요' 이런 내용을 보내시면서, '이건 절대 내가 까먹고 갑자기 시키는 게 아니에요. 나도 야근이에요 ㅠㅠ' 이런 추신을 붙이시는 것이다. 사실 퇴근 무렵에 하달된 업무였지만.. '정말' 감정이 상하지 않았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 분은 성격이 특이하시구나~ 뭐 이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이건 의도된 '유머의 마법'을 부리 신건 아녔을지.. 새삼 그분에게 존경심이 샘솟는다.
이제는 알겠다. 유머의 힘을.. 그리고 생각해 봤다. 나의 삶에 유머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1. 대부분의 코미디언이 비 코미디언에게 주는 충고 중 첫 번째는 두말할 것 없이 절대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로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머의 마법, p. 213
사실 나도 친한 동료들에게 가끔씩 이런저런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뭐.. 대부분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난 재미있었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거나, 미적지근한 뭐..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그중 한 가지 문제였던 것 같다. 난 늘 이렇게 시작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그 당시에는 그랬었다. 나랑 코드가 안 맞나? 이게 왜 안 웃기지?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이구만?.....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말했다. 절대로 그렇게 시작하지 말라고... 네가 잘못한 거라고... 꼭.. 명심해야겠다..
2. 주로 '위에서 내려오는 유머'는 자기 비하의 형태를 보인다.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다른 사람을 희화하는 일은 '남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난 높은 지위에 있지는 않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종종 술자리에서 후배 직원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았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얘가 조용히 할 것 다하는 거 같아요. 위험한 얘예요' 뭐 이런 식이다. 그 당시에는 농담으로 한 얘기이기 한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후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농담이 아니라 '공격'으로 느꼈을 지도.... 어쩌면 약간의 높은(?) 지위를 가지고, 그 후배를 놀림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된다. '미안하다 후배야'
3. 유머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단순히 그 일이 일어났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뭐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진단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유머의 마법, p.257
앞에서 말했듯이 난 유머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몇 번 시도를 하긴 했지만, 실패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다음은? 음.. 전혀 뒤처리를 하지 못했다. 그냥 정적....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실패한 유머의 라이프사이클'을 이야기한다. 실패했다면, '인정'하고, 그 이유를 '진단'하고, 실수를 '바로 잡으라고.. 사실 유머뿐이 아닌 것 같다.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기는 정말 어렵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지나고 나면 잊히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안일하게 대처하진 않았었는지.... 특히나 유머에서는 자기 합리화가 더욱 만연했던 것 같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뭐 이런 마음으로 상대방을 되려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적절성의 경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다.. 유사한 상황이라도 시대와 공간에 따라서 '적절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인정하고 바로 잡았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부터 나는 내 생활에 유머를 조금이라도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시도하지 않는 '가마니'가 되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실패했다면. 실수했다면, 반드시 인정하고 바로잡고,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 나도 이제 약간의 '유머의 마법'을 부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