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도 귀찮았는지 가서 자르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계속 버티다 허리쯤 왔을 때 미용실에 다녀왔다.레이어드컷으로 층을 많이 내면서 숱을 치니 한결 가볍다. 머리 스타일 하나만 바꿔도 기분전환이 되는 걸 그동안 두 아들머리만 신경 쓰고, 정작 내 머리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미안하다.
꾸미는 거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항상 머리를 묶고 있을 때가 많아 스타일 바꿀 생각을 안 했다. 흰머리도 매번 미용실 가서 염색을 하는 게 번거로워 셀프 염색을 했는데, 앞으로는 기분전환 겸 스타일도 한 번씩 바꾸고,염색도 셀프로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을 맞추러 가야겠다.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니 기분이 좋아 다른 것들도 가볍게 하고 싶어졌다. 무슨 미련이 있다고 안 입는 옷들과 안 쓰는 물건들을 치우지 못하는 걸까! 막상 치우고 나면 지금처럼 홀가분한 기분이 들 텐데 말이다.
난 거의 입었던 옷만 입는다. 다른 옷들은 '언젠가는 입겠지!' 하면서 버리지 못한 채 걸어놨는데, 몇 년이 지나도 안 입는 걸 보니 앞으로도 자리만 차지하고 입지는 않을 것 같다.아이들 장난감도 둘째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나이라 가지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놀겠지!'란 생각에 그냥 놔뒀는데, 장난감보다는 핸드폰을 만질 때가 더 많아 가지고 놀 일이 없을 것 같다.
미련을 두면 새로운 걸 채울 수 없고, 비워야 다른 것들이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 옷장을 비우면 겹겹이 쌓아 올린 옷들을 걸어놓을 수 있고, 장난감을 치우면 방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다. 갖고 있다고 내 마음이 편한 게 아니라, 비워야 홀가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