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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Jan 04. 2023

올 한 해는 행복했나?

D+152 (Dec 31st 2022)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2022년 1월 1일 개인 일기 중>


올해 1월 1일 쓴 일기다. 일기를 쓴 날로부터 정확하게 364일이 지났고, 2022년도 하루 만을 남겨놓고 있다. 위의 일기에서 예측한 만큼, 올 한 해는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내의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에 왔다. 이때만 해도 우리가 미국에 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아내는 명망 있는 학교에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까지 받으며 입학하게 됐고, 덕분에 온 가족이 이곳으로 이주했다.


2022년은 미국에 이주하는 과정, 정착하는 과정이 전부였다. 미리 예측하고 잘 준비해서 순조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 때문에 고생한 일들도 많았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무언가 잘못돼서 미국에 가지 못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고, 이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가족들이 고생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오늘에 이르기 직전까지, 한파에 보일러가 터지고, 화재 경보에,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모든 일이 이주와 정착을 위한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은 무사히 이곳에서 잘 생활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셋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겨냈다. 아내는 걱정 한아름 속에 첫 학기를 시작했고, 특별한 이슈 없이 학기를 잘 마쳤다. 처음엔 작은 것 하나하나 걱정 투성이었는데, 이젠 나름 잘 정착해서 학교 안에서도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는 두 번째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잘 마쳤다. 학부모 면담에서야 모든 선생님이 다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시겠지만, 제법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 사용에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너무 대견하다.


나는, 나도 잘하고 있다. 아직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다 씻어내진 못하고, 자격지심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래도 주부로서의 역할은 잘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밥은 굶기지 않았으니까. 브런치/블로그 글도 100여 건 넘게 업로드하고, 유튜브 채널에 영상도 50여 건 업로드했다. 구독자나 조회수는 아직 보잘것없지만, 아주 찬찬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위의 일기처럼 올 한 해가 행복했느냐? 행복하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아야겠지만,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이 정도면 행복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일기에서 쓴 내용이 다 이루어졌다. 물론 당시에는 여기에 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보고 준비해서 정말 하나씩 이루어갔다. 하지만 대체로 행복하다는 말이 모든 것에 만족한다는 말은 아닌 듯하다. 온 가족이 같이 열심히 했고, 그렇기에 행복하지만, 아직 더 이룰 것이 있고 더 해야 할 것들이 있어 보인다.


아마도 2023년은 2022년에 이루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것들을 바꾸고, 이루고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나 스스로도 아내와 아이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고, 더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 미디어 활동도 보다 전문적으로 하고, 새로운 기획 작품도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그 한 뼘만큼 2023년에는 행복해졌으면 한다. 2021년보다 2022년 딱 한 뼘만큼 행복했던 것처럼.


Photo by Michael Niess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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