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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Jun 21. 2023

미국에 미세먼지?

D+309 (jun 6th 2023)

전에 글에서 한 번 이야기했듯이 아직 미국 동부의 날씨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한다. 먼저 비가 오는지, 해가 나는지 확인하고 기온도 확인한다. 특히 기온이 들쑥날쑥한 편이라 기온 체크는 필수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가 우산이나 바람막이를 챙겨야 할지, 아이가 오늘은 수영장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지 확인한다. 거기에 오랜 습관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공기 오염도에 시선이 간다.


몇 년 전 휴대전화의 날씨 앱이 업데이트되면서 날씨 앱에서도 공기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더 다양한 오염 지수 (PM10, PM2.5 등 확인할 것이 많다)를 확인할 수 있는 미세먼지 앱을 따로 썼기 때문에 날씨 앱에서 오염도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미세먼지로부터 해방되었으니 미국에 오자마자 지운 앱은 바로 미세먼지 앱! (사실 앱이 국내 위치 기반이라 쓸모가 아예 없긴 하다) 그래도 미세먼지나 공기 오염도를 체크해 온 세월이 얼만가? 나도 모르게 눈에 갔다가, ’역시 공기 하나는 좋군‘ 하면서 안도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습관적으로 날씨 앱을 체크하는데 공기 오염도를 뜻하는 AQI 지수가 세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숫자의 색도 주황색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주에서 보낸 경고 메시지도 와 있었다. AQI 지수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공기 오염도 지수로 한국에서 사용하는 지수 CAI와 완전히 호환은 안 되는 듯하다. 환산식을 아무리 찾아봐도 니오지 않는 걸 보니, 아예 측정하는 방법이 다른 듯했다. 하지만 지수 개념과 읽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았다. 50에서 100까지는 노란색으로 보통, 100이 넘어가자 주황색이었다. 


뭐야. 미세먼지?


공기 오염도는 사실 미세먼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오존이나 아황산가스 등 다양한 오염물질의 공기 중 함유량을 통합해 측정한다. 때문에 그 어느 나라, 위치도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수많은 자동차와 공장, 세계 어느 곳에서든 여전히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미국 중소 도시의 도심도 아니고 외곽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공기 오염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공기 오염도 위험이라니! 우리 가족이 미국행을 결정한 여러 이유 중에 미세먼지, 황사로부터의 탈출도 있었는데!


이유가 뭘까? 혹시 이맘때면 여기도 이렇게 오염도가 올라가나?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주기적인 걸까? 오염된 공기가 계절성 원인과 지형적 원인으로 정체되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하는 식의 미세먼지 뉴스를 볼 때 앵커나 캐스터가 늘 하는 말처럼 여기도 그런 것들이 있나? 아직 산지 일 년이 안되어 모르지만, 초여름철의 미동북부 공기 오염 뭐 이런 식으로… 주에서 보낸다는 경고 메시지에도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원인을 계속 모르는 채로 마스크를 꺼내야 하나 생각하다가, 엉뚱하게 한국 포털 뉴스 탭에서 원인을 찾았다. (때로는 미국의 현지 뉴스보다 한국 뉴스에서 간결하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북미 조류 독감 때문에 미국 계란값이 폭등했다든지 하는 뉴스다) 미 동북부의 공기 오염은 캐나다 동부의 산불이 원인이었다! 아, 그렇구나. 산불. 돌아보면 최근 세계적으로 큰 산불이 문제를 일으켰던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그랬고, 호주의 산불이 그랬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검붉은 대기가 샌프란시스코 전경과 어우러져 아포칼립스 분위기가 제대로 났었다. (비주얼 이펙트 산업이 발달한 도시의 특성상 SF 영화의 배경으로 샌프란시스코가 자주 등장한다) 호주의 산불은 넓은 땅을 태운 산불도 충격적이었지만, 수많은 야생동물의 안타까운 죽음에 모두 슬퍼했었고. 그와 비슷한 산불이 캐나다의 동부와 서부에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동부 최대 도시 뉴욕이 검붉은 연기로 뒤덮인 사진과 함께 연일 뉴스가 보도되었다. 캘리포니아 산불 때 보았던 영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애팔래치아라는 거대한 산맥 너머에 있어 뉴욕만큼의 오염도는 아니다.


캐나다 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기후 변화라고 한다. 처음에는 산불 연기니 곧 없어지겠구나 하면서 안도하던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해진다. 이상 기후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산불이 생기고, 연기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 예측하지 못하는 날씨가 반복되면서 더 큰 위협이 다가올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이곳도 지난 몇 주간 비가 오지 않았다. 1년 365일 고르게 계속 눈비가 오는 것이 이곳 날씨의 장점(?)이라 잔디에 물을 줄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였는데, 며칠 새 단지의 잔디가 누렇게 모두 말라 버렸다. 환경오염에서 오는 여러 위협들이 조금씩 조금씩 내 앞마당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단 생각이 든다.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차적으로는 불필요한 재화 소비를 조금 줄여야겠다. 또 권장사항에 불과한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마음의 죄책감을 줄이는 정도 수준의 실천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Photo by Li-An Li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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