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 차
10/14 월
가을이 되고 나니, 스산한 느낌이 강하다. 일조량이 부족해서 우울감도 높아졌다.
원래 한국에선 봄에 뭔가를 시작하고 여름에 열심히 진행을 하니, 가을에 그 텐션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선, 특히 학교는,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하니까 가을에 능동적이어야 하는데, 생체 리듬이 쳐지니까 따라가기 버겁다.
이제 한 달 남짓 최선을 다해 지원서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주 주중에 영어시험 마치고 나면 열심히 달려야겠다. 능동적으로 해야 지금의 스산함,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보자.
10/15 화
듀오링고 영어 시험공부를 하는데, 계속 약간의 불쾌감이 있다. 연습 시험을 보면서 문제에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특히 쓰기 문제와 말하기 문제를 풀면 횡설수설하게 된다. 딱 타이머가 다 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갈 때면 현타가 온다. 하, 참. 영어 못한다.
물론 성적을 보면 내가 절대 받으면 안 되는 낮은 점수가 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당장 시험을 봐도 된다. 하지만 완전히 보장되는 점수를 받고 싶어서 시험을 계속 미루고 있다. (듀오링고 시험은 구매하고 나면 3주 안에 언제든 시험을 볼 수 있다)
너무 창피하게만 말하고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듣기와 읽기 쪽에서 잘하고 있어서 점수가 망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너무 창피하지만 않게 잘 문제를 풀어내보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자. 그러면 된다.
10/16 수
오늘은 마음속으로 듀오링고 영어 시험을 보기로 정한 날이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남짓 공부를 해왔다. 물론 영어공부를 한 달만 한 것은 아니고 토플을 하고 점수가 아쉬워 듀오링고로 시험을 다시 보기로 마음먹은 게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시험 유형이 토플과는 많이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헤매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공부를 해서 높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점수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설마 점수가 안 나오겠어? 하다가, 크게 망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기도 하고, 아니, 내가 점수가 안 나오면 누가 나와? 하다가 나의 좌절스런 영어 실력에 낙심하기도 한다. 토플 점수가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자 하다가도, 혹시, 시험 취소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게도 된다.
부담 가지지 말자. 과정에서 진을 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잘 준비해서 잘 마무리하자.
10/17 목
어제 듀오링고 영어 시험을 마쳤다. 엄청 긴장을 했다.
긴장할 필요 없다, 그렇게 되뇌어도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문제도 계속 어려워졌다. 적응형 시험이어서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면 좋은 징조라던데, 그래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이 정도면 영어 실력도 문제지만, 시험 공포도 있는 듯싶다.
뭐 사실, 이 나이에 그런 문제풀이 시험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토플보다도 못한 성적이 나올까 걱정이다. 내일 성적이 나올 예정인데, 나온 점수를 축하하면서 주말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10/18 금
드디어 끝났다! 고달팠던 영어 공부는 어쨌든 이젠 안녕이다. 정말 조마조마했는데, 내가 지원하는 모든 학교의 요구사항을 넘겼다. 다행이다.
이제 지원서류만 정리해서 끝내면 된다. 날짜를 보니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끝을 보려고 한다.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분야에 필요한 사람인지, 내가 왜 그 학교에서 뽑아야 하는 사람인지 알리는 건 지금부터니까.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너희는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내가 왜 너희에게 필요한 사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