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넷째 주
10/22 화
시험을 잘 끝내고 나니 그다음에 할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다.
듀오링고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는 대학원 지원서 작업도 같이 진행했었는데, 한 2~3주 동안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까 봐 영어 공부에만 올인했었다.
이제는 영어 준비는 끝났으니 다시 서류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할 일이 많이 있다. 할 일 리스트를 잘 정리해서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지원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
너무 할 일들에 압도되지 말고 하나씩 처리해 가면 끝은 올 것이다. 그 끝에 달콤한 열매를 얻으리라는 기대로 신나게 해 보자.
10/23 수
연구계획서나 추천서에는 명확한 장점과 단번에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신박한 예시가 있어야 한다. 나의 글에는 그런 맛이 없다. 길고 지지부진하게 뻔하디 뻔한. 또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장점만 수사어구만 다르게 계속 이어진다.
내 머릿속에 있는 논리의 흐름과, 다른 듯 같은 말의 연속인 내용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다른 사람에 씐 듯, 글을 써 내려갔다.
아내도 추천인들은 추천서나 연구계획서 모두 구체적이고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흐름은 띄엄띄엄, 사례는 너무 구체적이라 '이런 거까지?' 싶다.
이미 합격해 본 사람이, 그리고 추천인도 좋다고 하니 맘 놓고는 있는데..
참, 나란 사람, 장황하고 우루뭉술해서, 학교에 합격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포인트와 맥락을 바로 딱 짚는 그런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쉽지 않다.
10/24 목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과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많은 차이를 야기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생각의 흐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단어와 문법의 차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생각의 흐름이라는 것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있다.
연구계획서나 에세이를 쓰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언어와 내용이 전혀 들어맞지 않는 느낌. 그래서 살펴보면 영어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생각의 흐름이 다른 글들과 유사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도 못하다.
물로 글과 논리라는 것이 누가 맞고 틀린 것은 없겠으나, 다른 영어로 쓰인 글을 보면 바로 요점으로 직행하는 느낌이 있다. 나도 그런 식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 데다가, 일단 머릿속에서 생각이 되는 구조가 다르다.
당분간, 학교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계속 씨름하게 될 이슈가 아닌가 싶다.
10/25 금
너무 감사하게도 추천인들께서 기꺼이 박사과정 추천서를 해 주셨다.
사실 추천서를 작성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결정이 아닌지 잘 알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왠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냥 싸인만 해 주면 되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으로 추천인 입력을 하기에 복잡한 것도 많다. 그런데도 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타국에 있어서 찾아뵙고 감사함을 전하지 못하는 게 너무 죄송하다.
그렇게 한 단계씩 지원 절차가 채워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나 혼자 외롭게 준비하는 것 같아도 주변의 도움이 많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꼭 잘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