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주 차
10/28 월
벌써 10월이 끝나간다. 2024년도 이제 두 달 남짓이다. 미국에 온 후, 세 번째 해도 이렇게 끝나간다.
이번 달엔 굵직한 것들을 해결했다. 드디어 영어시험 성적도 맞췄고, 추천서도 두 분께 받았다. 사장님께만 받으면 추천서도 마무리다.
이젠 나와의 싸움이다. 자기소개서, 연구계획서, 비판적 해석적 에세이 등,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마무리만 남았다. 다행히 지난 두세 달 동안 틈틈이 해 두어서 분량적인 부담은 없다.
잘 마무리해서 나의 의지와 열정과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파이팅!
10/29 화
내가 직접 한 작업물에 대해 평가를 받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니지만 늘 있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늘 결과물, 작업물에 대해 평가를 받고, 수정 지시를 받았다. 새로울 것이 없다.
대학원 지원서를 쓰면서도 그런 일이 많다. 학업계획서나 자기소개서를 읽어봐 달라 부탁을 하면,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 수정이 뒤따른다.
그런데 그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지원서류에 담긴 결과물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크리틱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계속 나 자신과 연결하고, 내 존재 자체에 대한 크리틱으로 받아들인다.
일단은 그런 기분을 참아내고, 둘째로는 생각해야 한다. 혹은 기억해야 한다. 먼저 의견을 주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의심하지 말고, 자존심을 앞세우지 말고.
자존심은 교만의 발로다.
10/30 수
어젯밤에 추천서 메일을 보내기 위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추천서를 요청드리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기는 했는데, 전화를 드린 것은 2년 반만이다.
한국과는 시차가 있으니까 출근 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드리려니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 이미 이메일로 승낙을 하신 거라, 그냥 학교에서 메일이 갈 것이고 추천서를 업로드해 주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도, 그렇게 전화 한 통화하는 것은 떨린다.
심장이 밖에서 뛰는 듯한 쿵쾅거림을 느끼며 통화를 마쳤고,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직접 업로드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감사하다. 사실 우리나라 학교였다면 사장님의 추천서는 프리패스에 가깝다. (ㅇㅇㅇ아빠로 더 유명하지만 어쨌든) 미국이라 그 정도 임팩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게 봐주시고 추천에 응해주시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제발, 내가 보답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10/31 목
11월 한 달 동안 모든 문서들과 서류들을 마무리해서 지원을 마무리해야 한다. 마감일이 12월이라고는 하지만, 모두 초반에 몰려 있고, 마감일까지 기다릴 이유도 사실 없다. 엄밀히 말하면 입시 지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도 하다.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지 말고 이제는 집중해서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어 성적 맞추기를 끝내자마자 바로 추천서를 받는 일에 집중한 것은 잘한 것 같다. 괜히 성적 나온 것에 들떠서 거기에 집중하다가는 허송세월할 수 있었다. 연락하고 보내고 소통하는 작업으로 한 일주일 보낸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다. 워낙 어투나 문체가 장황한 나에겐 한두 페이지로 날 소개하거나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버겁다. 만연한 문체 때문에 단어 선택은 늘 모호하다.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 없다. 더 다듬고 수정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고치고 더 고치면 좋은 '나 설명서'가 나오겠지.
조금만 더 파이팅 해보자.
11/1 금
핼러윈도 있고 아이도 5일간의 연휴가 잡혀버리니 갑자기 대학원 지원하는 작업이 훅 쳐지는 느낌이다.
물론 한국 나이로 13살인 딸아이가 특별히 방해하거나 이런 건 없다. 그저 온 식구가 집에 있으니 내가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은 느낌일 뿐이다.
다소 지지부진해지는 이 과정에 약간의 리프레시가 필요하다. 마음을 새로 다잡을 필요도 있고.
이제부턴 정말 나와의 싸움이니까 다 왔다고 게을러지지 말고 지원비 결제하는 그 순간까지 쭉쭉쭉 가보자!